안녕,

나 양벼락이야.

하이루? (^ㅡ^)/ 엘덕들아, 덕터뷰 조정은 1편은 조최애의 그림에 고가구, 골동품, 옛날 물건들이 왜 나오게 됐는지를 알아보았어. 오래된 역사, 문화재 이런 거창한 옛날 물건들이 아니라 우리의 곁을 지켜오며 자신의 쓰임을 다 해왔던 소박하지만 한 때는 Fancy 했던 물건들었지. 없어져가는 것들을 그리지만 그림은 단순히 안타깝고 슬픈 느낌이 아니었어. 오히려 밝고 경쾌하게, 나 이렇게 이쁜 애라구! 하며 뽐내는 듯한 발랄한 모습이 인상적인 <다실바 화분#24>의 모습도 같이 담았었어.


그런데, 우리 하나 더 짚고 넘어갈 게 있단 거 알아? 바로 '성냥 팬지'야!


<인터뷰를 빙자한 덕질, 덕터뷰> 조정은 2편

타버렸어도, 추워도, 나는 소중해!

강인함 + 쓸쓸함 = 신남?

💬 엘덕후: 작가님, 그럼 팬지는 언제 어떻게 나타난거에요..?

🔴 조최애: 아 팬지요!

💬 엘덕후: 네, 팬지하고 성냥 다리요! 


조최애의 작품에 늘 하나 둘 나타나는 팬지는 성냥다리를 가지고 있어. 활짝 핀 팬지가 검은 니삭스를 신은 듯 다 타서 휘어진 성냥을 다리 삼아서 끊어질 듯 말 듯한 느낌으로 그림 속을 통통거리면서 걸어다녀! 


🔴 조최애: 그것도 사실 우연인데요. 제가 결혼 전에는 강아지 산책을 많이 시켰어요. 어느 추운 날 강아지와 산책을 나갔는데 눈 속에 팬지 꽃이 이렇게 이렇게 살아있는거에요! 그 팬지가 참 기특하고 대단했어요. 또 사진을 찍어놨어요.


여기서도 빠지지 않는 작품의 토대가 되는 사진 촬영!


🔴 조최애: 그 이후로 팬지가 어떻게 겨울에도 살아있나 찾아보았어요. 근데 팬지가 원래 겨울을 잘 이기는 식물이라서 봄과 가을에 일부러 심는거래요. 생명력이 강한 아이인거죠. 그 쪼그만 게! 그래서 팬지를 그리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여러 이미지들을 놓고 어떻게 그려볼까 조합을 하다가 타버린 성냥이 다리 같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성냥이 타버려서 쓸모는 없어졌지만 제 그림 속에서 다시 태어나는 것이 겨울을 이겨내는 팬지의 강한 생명력과도 잘 맞는다고 생각했구요. 2018년도인가 걔를 처음 그렸고 지금까지도 세트처럼 나오고 있어요.


성냥도 팬지도 하나의 오브제처럼 조합을 하다가 우연한 계기로 성냥이 팬지의 다리가 되어주었고 하나의 생명체처럼 계속 최애의 작품 속에서 나오고 있어.


🔴 조최애: 제가 사물을 생명처럼 보나봐요 ㅎㅎㅎ 타버린 성냥 위에 피어나는 팬지 꽃이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함축적으로 담겨있는 것 같아요. 걔만 있어도 내 그림이라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인공이나 캐릭터처럼 제 그림 곳곳에 나오게 되었어요.


추위를 이겨낸 팬지와 다 타버린 성냥. 어떻게 보면 척박하고 쓸쓸한 느낌이 가득한 오브제들인데 최애의 그림 속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아. 오히려 "쟤는 뭔데 저렇게 신났대? 나도 같이 신나고 싶다!" 하는 밝은 에너지가 가득해! 그림에서 확인해봐 >ㅁ<

강한 생명력을 가진 팬지와, 다 타버려서 쓰임을 다하였지만 팬지의 다리로 다시 태어난 성냥!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1, 캔버스에 아크릴, 60.6x40.9cm, 2020

평면에서 설치로 진화하는 중!

💬 엘덕후: 마음에 머무는 것, 내가 볼 때 예쁜 것들을 자연스럽게 그림에 담으시면서 작품이 완성되는 걸 이번 덕터뷰에서 또 한 번 느끼는 것 같아요. 억지로 그림을 그리려고 힘을 내지 않아도, 그리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동해서 자연스럽게 작업을 하시고 있는게 참 좋아보여요!

🔴 조최애: 네 어떤 사물을 보면 재밌고, 설레고, 이거 너무 재밌겠다 이런 생각이 그냥 들어요. 요즘은 오브제 활용해서 설치하는 것에도 관심이 많아요. 설치도 오브제들의 조합이다보니 다양하게 풀어나갈 수 있는 것 같아요.


그 설치 작품, 이번 삼세영 갤러리 2인전에서 내가 바로 찍어왔지롱! 조최애의 새로운 영역이 넓혀지는 과정 공유해줄게!

오래된 엄마의자와 아기의자가 탯줄로 연결된 듯한 설치작품이야.

그림으로 그려졌을 것 같은 오브제들이 현실에 나와있으니까 그림 속에 초대받은 느낌이야!

빈티지를 담은 동시대미술

💬 엘덕후: 작가님 앤티크한 액자 활용해서 작업하시기도 하잖아요.

🔴 조최애: 그런 앤티크한 액자들을 만날 때마다 너무 신기해요.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만들어진 사물이라서 묘하기도 하고요. 저는 그런 사물들이 정말 좋아요. 요즘의 감성과는 아예 다른 무언가를 갖고 있어서요. 지금은 심플하고 모던한 것들이 유행이라면 예전의 것들은 나무를 직접 손으로 깎아서 만든 투박함이 있거든요. 지금 사람들한테 돈 주고 그 작업 해달라고 해도 안할 거 같은 물건들을 발견하는게 뿌듯해요.

💬 엘덕후: 그게 작가님의 작품을 작가님의 것으로 알아볼 수 있게 하는 비결인 것 같아요. 성냥다리 팬지도 작가님 작품의 큰 특징이지만, 팬지가 없더라도 작가님이 조합하시는 오브제들의 성격이 있잖아요. 그게 멀리서 봐도 조정은 작품이구나! 하고 알게 해주는 부분인거죠.

🔴 조최애: 앗, 좋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빈티지 가구들이 상당히 조명받고 있는데, 조최애의 그림이 그 빈티지 가구들이 전하고자하는 아름다움과 잘 어우러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우리 주변에 있는 작지만 튼튼해서 아직도 살아남은, 사용되었지만 본연의 색깔을 유지하고 있는 크고 작은 소품들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조최애의 작품을 한 번 더 보면 새로이 감상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해!

콩콩팥팥

덕터뷰 조정은&최승윤 편과 덕터뷰 조정은 편을 연달아 쓰면서 생각난 사자성어(?)야.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나는구나! 조최애의 그림을 보면서, 조최애를 개인적으로 만나면서 그림처럼 밝고 명랑하구나, 아니 그림이 작가처럼 밝고 명랑하구나 라고 생각했었어. 그런데 덕터뷰를 진행하니 밝고 명랑한 것이 이 작가와 이 작품의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구.


"제가 키는 작지만 건강해요!"

"그림 그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서점에서 알바를 해본 적은 있지만 늘 그림 그릴 생각이었어요."

"자기 쓰임을 다 하고 사라져가는 것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서 세밀하게 그리고 있어요."

"눈 속에서 활짝 피어있는 팬지 꽃이 기특하고 대단하더라구요."


본인 그 자체와 주어진 삶을 소중히 여기고 가꿔나가는 조최애의 단단하고 꽉 찬 마음. 그 마음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물에 대해서도 "너 예뻐, 넌 참 소중해"라고 말해주는 듯한 작품이 나온 것이 아닌가 싶어. 이 덕터뷰를 쓰면서 조최애의 작품 이미지들, 전시 사진들, 작업노트들을 정말 꼼꼼히 여러번 읽었어. 읽고 재구성하고 지우고 하는 과정 속에서 나도 이 사람처럼 긍정적인 태도를 갖추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 늘 자신을 부족하게 여기는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서 작품이 더 멋져보이기 시작한달까. 아무리 사심을 담아서 덕터뷰 진행한다지만 더 빠져드네 ㅋㅋㅋㅋ


아휴, 돈 많이 벌어야하는 이유 또 생겼어. 엘덕들아, 돈 많이 벌어서 우리 다같이 조최애 작품 콜렉터 돼서 조최애가 가진 빛나는 에너지 매일매일 공급받자!

조정은의 작가 노트

저는 사라져가는 사물들을 조합하여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가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사물을 그리다 보니 사물에는 그 시대에 상황, 시간, 문화들이 녹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살고 있지만 서로 다른 시간들을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사물에 녹아 있습니다. 비디오, 워크맨, 플로피 디스크, 공중전화기, 자개장, 뻐꾸기 시계 등 제가 기억하는 사물들은 누군가는 전혀 알지 못하는 의미 없는 사물들입니다. 저는 그렇게 의미를 잃어가는 사물에 작품으로서의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 즐겁습니다. 저는 이 시대에 태어난 저라서 가능한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저는 단지 재현을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이 시대에 감각으로 할 수 있는 가능한 구성과 상상을 작업으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사물에 대한 고정관념에 벗어나서 더 자유롭고 재미있게 작업을 확장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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