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 양벼락이야.

하이루? (^ㅡ^)/ 엘덕들아, 조정은&최승윤 덕터뷰를 보다가 넘어왔니, 아니면 조최애의 덕터뷰만 콕 골라서 오게 된거니? 아무래도 좋아! 조최애의 작품에 대해서 궁금해서 들어온 건 확실해보이니까!


오늘은 조최애의 작품에 대해서 더 깊이 들어가볼거야. 조최애의 작품 속에 있는 오브제들은 어떤 아이들인지, 어떤 경로로 그 아이들을 그리겠다고 마음을 먹게 됐는지, 그리고 그림을 통해 조최애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지! 작품을 하나 소장하기 전이나 그 후라도 이런 이야기들을 알게 되면 작품에 더 많은 애정이 쌓이게 될거라 믿어 의심치 않아! >ㅁ<!


자, 그럼 시작해볼게!


<인터뷰를 빙자한 덕질, 덕터뷰> 조정은 1편

나는 어떤 사람인가, 얘는 어떤 사물인가?

그림을 그려놓고 나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인다.

다실바화분#24, 캔버스에 아크릴, 100.0x72.7cm, 2020

💬 엘덕후: 저는 창작자는 아니다보니까 늘 궁금한게 있어요. 작가님들마다 스타일을 갖고 계시지만 발전을 거치면서 그림 스타일에 약간씩 변화를 겪잖아요. 그래도 제가 볼 땐 변화 속에서도 '하나의 결'을 가지고 가는 게 보여요. 우리 조정은 작가님은 지금 작품 속에 등장하는 오브제들을 그리기 시작한 계기가 뭐였어요?

🔴 조최애: 미대 졸업한 후에 그림은 그릴 거라는 생각은 늘 하고 있었는데 뭘 그릴지 모르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리고 싶은 걸 사진으로 막 찍었어요.


덕터뷰를 하면서 늘 느끼는거 = 사진으로 그리고 싶은 걸 찍어놓는 작가님들 정말 많다! 우리 조최애 역시 사진으로 그리고 싶은 것들을 찍어놓고 작업을 시작했대. 어떤 사진들을 찍었을까?


🔴 조최애: 저희 동네가 빌라촌 일대였는데 제가 어렸을 때 살았던 동네가 사라지는 것 같은 게 너무 마음이 쓰였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동네 드로잉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저는 사람들이 멀리 있는 풍경보다는 집에 놓여있는 화분이라든지, 골동품 같은 오래된 사물들에 시선이 가더라구요. 그 동네가 없어지게 되면서 사람들이 물건들과 가구들을 다 밖에 내놓았는데 원래 집 안에 있던게 집 밖에 나오니까 되게 다르게 보였어요. 그래서 그 다음부터 오래된 사물들을 관찰하기 시작했어요.


조최애는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애착이 있어서 그것을 사진과 그림으로 담아왔고, 집 안에 있어야 할 물건들이 밖에 나와있는 것이 생경해서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어. 조최애와 대화를 할 수록 이 사람은 정말 애정과 사랑이 가득한 사람이라는 게 느껴져졌어. (그림이 주는 따스한 느낌은 그림을 그린 사람이 따뜻해서 그런거였어!)


🔴 조최애: 그리고 제가 개인전을 열었던 지역에 고물 같은 걸로 재밌는 거 만드시는 특이하신 분들이 계셨어요. 동네마다 그런 재미있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고물들을 조합해서 무언가를 만드시는 게 너무 재밌어서 그림으로 그리게 되었고, '이번엔 내가 조합해서 그려봐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 지금의 스타일을 잡게 된 것 같아요.


최애의 그림에 나오는 고가구, 골동품들이 층층이 쌓여 있거나, 다른 오브제들과 함께 있는 <다실바 화분> 같은 시리즈들을 보면 우리 최애가 한 말이 딱 이해가 갈거야!

잊혀지는 사물들의 초상화

🔴 조최애: 요즘은 오히려 제가 그려놓은 그림, 제가 찍어 놓은 사진들을 보면서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를 알게 되기도 해요.

💬 엘덕후: 지금에서야 보니까 예전에 내가 이런 행동들을 해오면서 그 행동이 쌓여서 이런 결과물들이 나오더라, 이게 나구나! 하고 알게 되시는거네요.

🔴 조최애: 네, 10년 전, 15년 전에도 제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면서 찍은 것들이 다 그런것들이었어요. 예전에도 곰 인형을 산처럼 쌓아놓은 것들을 사진으로 찍어놓고 그랬더라구요. 그런데 그게 지금에 와서는 그 곰들을 의인화하거나, 사물을 동물화 해놓고 그리는 재미가 있어요. 너무 재미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사물들을 조합해서 그리는 과정이 우리 어렸을 때 인형 놀이 하는 느낌도 나요. 요즘엔 그런 것들이 쉽게 버려지고, 잊혀지곤 하잖아요.


나는 안 쓰는 물건이 집에 있는 걸 못 참아서 물건을 수시로 내다버리는 사람이거든. 그런데 최애의 그림 이야기를 듣다보니, 자기의 본분을 다 한 사물들에게 너무 매정하게 대했다는 생각도 들었어. 물건을 못 버리고 쌓아 놓고 사는 친정 엄마의 마음이 이해가 가는 듯도 하고.


🔴 조최애: 요즘 사람들은 눈으로 보는 것에 익숙하고 손으로 감각하는 일들이 적어지잖아요. 옛날 오브제들이 질감이라던지 나뭇결 같은 디테일이 요즘 것들과는 다르거든요. 어떤 분들은 제 그림을 극사실주의라고 하는데, 저는 제 자신을 극사실주의 화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 사물이 어떤 구조인지 자세하게 보여주고 싶을 뿐이에요. 최대한 이 아이의 모습을 기억하고 싶다, 기록하고 싶다. 이런 마음이 더 커요.


극사실주의적으로 보이는 작품이었는데 한 사물의 초상화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딱 맞을 것 같아! 초상화도 주름, 모공, 이런 걸 다 그리지 않고 한 사람이 주는 풍채와 인상을 드러내는 데 더 집중하는 것처럼, 조최애의 작품도 사물을 사진 찍듯이 그리기 보다는 그 사물의 질감과 감성이 드러나도록 하는 데 포커스를 맞추는거지.


🔴 조최애: 요즘은 기록 그 자체를 넘어서서 이 사물들을 더 재밌게 변형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예전에는 똑같은 모양으로 그렸다면, 이제는 사물에 생명을 불어넣고 그 생명이 진화하도록 만들고 싶어서 고민하고 있어요. 

그림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신이 났던 조최애의 예쁜 미소 ^ㅡ^

작가 노트 - 다실바 화분#24

‘다실바 화분 시리즈’는 수원 행궁동에 있는 다실바 의상실 사장님이 폐품을 화분으로 만든 것을 보고 영감을 받아 그리기 시작한 작품들 입니다. 사물이 본디 가진 역할을 벗어나니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오브제로 느껴졌습니다. 실제 생활에서는 고장 나거나 시대에 뒤쳐진 물건일지라도 작품에서는 제 역할이 있었습니다. 사물은 시간을 지니고 있고 그것들이 모여 지나가고 있는 시대를 나타낸다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그리는 사물들이 있던 시대를 산 작가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것들을 다시 조합합니다. 전에 제가 알던 그 사용방식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쌓아보고 그리면서 자유로움을 느낍니다. 사물들은 사라지지 않고 그림 안에서 살아지게 됩니다.


<다실바 화분#24>는 제가 그린 다실바 화분 시리즈 중에 정말 마음에 드는 작품 중 하나 입니다. 전화기 묘사만도 수일이 걸린 만큼 놀라울 정도로 정교하게 표현되었습니다. 헌데 자세히 보면 병에 올려져 있는 전화기의 투시가 실제로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그림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구성적인 측면에서도 다양한 볼거리를 발견할 수 있는데, 전화기에 수화기 대신 바나나가 원래 그 자리였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놓여있고 그 위에 성냥다리를 한 팬지가 아슬아슬하게 서 있습니다. 그 옆으로 심플한 선 바닥에 떨어진 팬지 꽃으로 시선을 돌려 위아래도 눈이 움직이게 되는 재미있는 구도를 가졌습니다. 오른쪽 아래 주홍빛 타원은 마치 시간 포탈처럼 다른 세계의 성냥 다리를 보여주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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