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 양벼락이야.

하이루? (^ㅡ^)/ 엘덕들아, 드디어 대망의 덕터뷰 최승윤 편을 시작하게 되었어! Hooray! 조정은&최승윤 편 >> 조정은 편 >> 최승윤 편을 쓰기로 계획을 짠 이유는 단 하나야. 최최애의 작품 세계를 내가 글로 표현하기에는 너무나도 필력이 부족하여 미루고 미룬 것이지 (내 필명 양벼락 된 이유 = 어려운 건 데드라인까지 미룬다 ㅋㅋㅋㅋ)


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이야기 해보자면, 최최애의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터스텔라' 시청이 필수야. 그리고 블랙홀에서 시공간 왜곡이 일어난다는 점, 사건의 지평선을 넘으면 외부와의 정보 교환이 불가능 하다는 점, 일반 상대성 이론만으로는 블랙홀 내부를 설명하는 것이 어려워 양자 역학과 통합이 필요하다..는....점... 을 다 이해할 필요는 없어. 내가 문과긴 하지만 어떻게든 잘 전해볼게 ㅋㅋㅋㅋ


<인터뷰를 빙자한 덕질, 덕터뷰> 최승윤 1편

너 참 예쁘다, 기특하다, 대단하다.

심호흡 한 번 하고 시작하자.

💬 엘덕후: 말씀을 듣고 보니, 작가님의 작업이란 게 결국 화면 위에서 그 차이를 포착하는 과정 같아요. 삐끗함이 없는 작품, 어색함이 없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과정인거네요.


🔵 최최애: 맞아요. 내가 만든 화면의 에너지가 내가 봤을 때 괜찮다고 여겨질 때까지 가는 훈련을 하는 거예요. 저의 그림은 불안하고 유동적이고 어디로 튈지 몰라요. 하지만 본능적으로 우리는 잘한다 못한다를 구분하잖아요. 그래서 내가 봤을 때 괜찮다고 느껴져야 비로소 작품이 되는 거예요.


💬 엘덕후: 그 말씀을 들으니까 기억나는 장면이 있어요. 작가님께서 개인전 여셨을 때 파란색 바탕에 금색 물방울 두 개가 있는 것 같은 소품 작품이 있던 전시였어요. 작가님이 설명해주시기로는 쌍둥이 임신하신 분이 소장해 가셨다고 해서 기억이 나요. 저도 그때 임신중이었잖아요. 그 그림이 있던 전시였는데, 어떤 큰 작품을 보고 제가 작가님께 “작가님 저 작품 진짜 잘 나온 것 같아요” 라고 말씀 드렸을 때, 작가님이 화색을 띄면서 “그쵸,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라고 하셨던 장면이 떠올라요. 작가님의 작품에 담겨있는 철학을 열심히 듣고 보니, 저도 작가님이 말씀하시는 '한 끗 차이'를 알아본 거네요. 단순한 칭찬을 드린 것이 아니라 화면의 에너지가 예술의 힘에 도달했음을 저도 작가님도 함께 확인하는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 최최애: 네, 바로 그 순간이에요.

강한 생명력을 가진 팬지와, 다 타버려서 쓰임을 다하였지만 팬지의 다리로 다시 태어난 성냥!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1, 캔버스에 아크릴, 60.6x40.9cm, 2020

심호흡 한 번 하고 시작하자.

💬 엘덕후: 처음에는 블랙홀 얘기를 들으면서 막연하게 느꼈는데, 이제는 이해돼요. 블랙홀이라는 게 결국 시간 개념을 기준으로 봤을 때 밖에서 보느냐 안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잖아요. 그래서 우리가 블랙홀 안에 있는 게 맞을 수도 있고, 밖에 있는 게 맞을 수도 있다. 두 가지가 동시에 성립하는 역설. 그래서 ‘정지의 시작’ 같은 작품이 나오는 거고, ‘화려함의 단면’ 같은 제목이 붙는 거예요. 결국 사람들이 귀신같이 “좋다”라고 느끼는 건 그 에너지가 제자리를 잡았다는 뜻일 거예요.


🔵 최최애: 맞아요. 근데 또 어쩔 때는 많이 그리냐 적게 그리냐가 중요한 게 아니에요. 어떤 사람은 한 큐에 잘하고, 또 어떤 사람은 여러 번 해도 결과가 별로일 수 있어요. 음악도 그렇잖아요. 명곡이 몇 분 만에 만들어지는 경우가 있고, 합이 잘 맞는 순간이 있어요. 주식시장도 어떤 회사가 30년 동안 버티다가 어느 날 갑자기 합이 맞아서 주가가 확 오르는 것처럼요. 사람마다 재능이 있고, 그 재능은 순간적으로 터지기도 해요.


💬 엘덕후: 말씀을 들으니까, 작가님의 작업은 사람들과 코드가 맞는 어떤 순간의 합, '한 끗 차이'가 만들어내는 운명 같은 순간을 표현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 최최애: 네, 제 그림을 보는 사람들도 그런 순간이 올 거에요. 안 그럴 수도 있지만, 어느 순간 반짝이는 깨달음이 오기도 해요. 제가 작업노트를 길게 썼던 것도 사실 그런 깨달음을 얻는 과정이에요. 어떤 날은 일기처럼 쓰기도 했고, 어떤 날은 사유의 기록이기도 했고.


💬 엘덕후: 맞아요. 처음 계약할 때 주셨던 작업노트가 거의 백 페이지 가까이 됐었잖아요. 저도 최근에 다시 읽었는데, 그냥 일기장 같더라고요. 예전에는 중요한 정보만 찾으려고 읽었는데, 통째로 읽고 난 후에 지금 작가님의 말씀을 따라가다 보니 갑자기 반짝 하면서 통으로 이해가 가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결국 최최애가 작품을 통해서 말하시고자 하는 것은, 시작과 끝, 삶과 죽음, 멈춤과 흐름이 동시에 성립하는 세계인 것 같아. 그것이 동시에 성립한다는 것을 블랙홀을 통해 은유하는 것이고, 하나의 점이면서 온 우주를 뜻하는 존재의 역설을 작품의 에너지로 담아내는 거지.

강한 생명력을 가진 팬지와, 다 타버려서 쓰임을 다하였지만 팬지의 다리로 다시 태어난 성냥!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1, 캔버스에 아크릴, 60.6x40.9cm, 2020

끝난게 끝이 아니다.

🔵 최최애: 우리가 생각하는 '끝'이라고 생각하는 지점에도 또 다른 게 있어요. 제가 ‘시간의 변곡점’ 전시에서 했던 얘기인데, 별이 죽으면 블랙홀이 되잖아요. 그 순간부터 시간은 멈춘 게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요. 밖에서 보면 블랙홀의 시간은 멈춰 있지만, 안에서는 그대로 가고 있어요. 그래서 누가 죽었을 때 우리가 보기에는 죽은 거지만, 그 사람의 뇌는 죽음을 이해하지 못할 수 있어요. 숨이 끊어지는 1초 동안, 그 1초가 무한대의 시간으로 변하는 거예요. 그래서 사후세계를 천국으로 이해할 수도 있고, 환생으로 이해할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전혀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있어요. 결국 별이 블랙홀이 될 때처럼, 인간도 죽음의 순간부터는 시간의 흐름이 다른 방향으로 가는 거죠.


💬 엘덕후: 죽음을 시간의 변곡점으로 본다, 흥미로워요. 우리가 보기에 멈춘 순간이 사실은 안쪽에서는 무한대로 확장되는 시간이라는 말씀인거죠.


🔵 최최애: 맞아요. 그래서 저는 사람은 죽음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의식에는 시작이 없잖아요. 내가 언제부터 나라는 걸 인식했는지 모르듯이, 죽을 때도 내가 언제 죽는지를 알지 못할 거예요. 그래서 불교에서는 공덕을 쌓으면 환생을 하지 않고, 그렇지 않으면 환생을 한다고 하잖아요. 결국 뇌가 죽기 직전에 시간의 흐름이 반대로 가서, 우리가 보기에 죽었더라도 그 사람은 무한대의 시간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마치 블랙홀처럼요.


💬 엘덕후: 결국 작가님이 작품을 통해서 말씀하시고자 하는 것은, 시작과 끝, 삶과 죽음, 멈춤과 흐름이 동시에 성립하는 세계네요. 그것이 동시에 성립한다는 것을 블랙홀을 통해 은유하는 것이고, 하나의 점이면서 온 우주를 뜻하는 존재의 역설을 작품의 에너지로 담아내는 거군요.

강한 생명력을 가진 팬지와, 다 타버려서 쓰임을 다하였지만 팬지의 다리로 다시 태어난 성냥!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1, 캔버스에 아크릴, 60.6x40.9cm, 2020

조정은의 작가 노트

저는 사라져가는 사물들을 조합하여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가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사물을 그리다 보니 사물에는 그 시대에 상황, 시간, 문화들이 녹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같은 공간에서 살고 있지만 서로 다른 시간들을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은 사물에 녹아 있습니다. 비디오, 워크맨, 플로피 디스크, 공중전화기, 자개장, 뻐꾸기 시계 등 제가 기억하는 사물들은 누군가는 전혀 알지 못하는 의미 없는 사물들입니다. 저는 그렇게 의미를 잃어가는 사물에 작품으로서의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 즐겁습니다. 저는 이 시대에 태어난 저라서 가능한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저는 단지 재현을 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이 시대에 감각으로 할 수 있는 가능한 구성과 상상을 작업으로 표현하고 싶습니다. 사물에 대한 고정관념에 벗어나서 더 자유롭고 재미있게 작업을 확장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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