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 양벼락이야.
하이루? (^ㅡ^)/ 엘덕들아, <어른들을 위한 상상씨앗과 짧은 꼬리도 좋은 트리 이야기>를 통해 민최애의 무한한 상상력 잘 읽고 왔니? 최애는 워낙에도 상상과 생각을 즐기는 타입이지만 그 상상력은 좋아하는 동화책을 만났을 때 불꽃을 팡팡 터뜨리는 것 같아. 나무의자를 구상할 때도 <좀머 씨 이야기>가 큰 역할을 한 것 처럼 말야.
오늘은 아놀드 로벨이라는 작가가 쓴 <집에 있는 부엉이>라는 동화책으로 인해 시작하게 된 가장 최애다운 시리즈, 최애의 최애 시리즈이기도 한 <기억하다> 시리즈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인터뷰를 빙자한 덕질, 덕터뷰> 민율 5편
그 부엉이는
사소한 사건들을 소중히 여겼다.
가장 나를 닮은 시리즈, 내가 가장 애정하는 시리즈.
🔵 민최애: 제가 동화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어요. 아놀드 로벨이라는 작가가 쓴 <집에 있는 부엉이>라는 책을 읽고 나서에요. 그 부엉이는 2층 짜리 집에 사는데, 1층에 있으면 2층이 너무 궁금해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2층이 궁금해서 2층에 올라가요. 2층에 가면 다시 1층에 무슨 일이 날까? 궁금해하며 다시 1층으로 와요. 하루 종일 그러고 있어요. 이 부엉이가 어느 날 산에 갔는데 달이 뜬거에요. 집에 돌아가는 길에 달에게 '안녕'하고 인사했는데 달이 자꾸 자기를 따라오는거죠. '저 달이 집에 들어오면 어떡하지? 우리 집은 너무 작은데...'라는 걱정을 해요. 이 부엉이는 일상의, 정말 별 거 아닌 사소한 것에서 찾아내는 즐거움으로 하루를 채우는 아이인거에요. 이 부엉이 이야기를 읽고 난 후에 <기억하다> 시리즈를 구상하게 됐어요.
기억하다 시리즈는 정말 소소한 이야기들을 하는 거야. 얼마나 소소한지 말도 못해. 그런데 그 소소함을 담은 그림, 특히 그 그림과 함께 하는 글귀가 얼마나 마음을 두드리는지 몰라.
🔵 민최애: 저는 큰 사건은 의연하고 담담하게 대처를 잘 해요. 그런데 오히려 사소한 것에 상처받고, 사소한 것에 행복해하거든요. 저는 사소한 것이 중요한 사람인 거에요. 그래서 책 속의 부엉이가 와닿았던 것 같아요. 보통 우리는 인생의 중요한 일들은 기억하지만, 오늘 아침에 세수할 때 비누가 떨어진 사건은 기억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그것에 집중하고 싶어 시작한 것이 기억하다 시리즈에요.
최애가 아끼는 시리즈다보니 나도 잘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 사족이 좀 길어졌어! 이제 본격 기억하다 시리즈 함께 톺아보러가자!
작은 사물 이야기 - 그녀의 깨진 컵
그녀의 초록 컵, acrylic and oil on canvas, 90.9x72.7cm, 2019
“어! 언제 깨졌지?” 그녀가 말했다.
그날 이후부터 난 그녀의 부엌 장 한 켠에 살기 시작했다.
🔵 민최애: 선물 받은 컵도 아니고 길 가다 받은 컵인데, 오래 잘 썼어요. 그런데 이가 나간거에요. 왜 나갔는지는 모르겠어요. 어느 날 보니까 이가 나갔길래 '깨졌네, 나중에 버려야지.' 하고 천장에 넣어놨어요. 이 나간 컵들, 그릇들 이런거 그냥 다 넣어놓잖아요. 그러고선 몇 달이 지나 찬장을 열었는데 컵이 거기 있는거에요. 그 컵을 보는데 마치 걔가 나랑 같이 사는 느낌이 드는거에요.
컵을 '걔'라고 부르는 것에서 왠지 모를 따스함이 느껴지는 건 나만 그래?
🔵 민최애: 기억하다 시리즈는 그런 물건에 대한 상상이에요. 걔는 그 찬장 속에서 뭘 생각하지?
작은 사물 이야기 - 나무 샤프펜슬
나무샤프펜슬, acrylic and oil on canvas, 90.9x72.7cm, 2019
'내 허리가 얇아지는지도 모른 채 널 공부시켰는데...'
🔵 민최애: 제가 쓰던 나무펜슬이 있는데 한 10년 가까이 썼던 것 같아요. 안 잃어버려지더라구요. 심지어 진짜 잃어버리 적이 있긴 한데 아는 사람이 찾아줘서 금새 찾아버렸어요(?) 그런데 하도 많이 써서 손으로 잡는 부분이 이렇게 패이는거에요.
한 샤프를 10년 동안 잃지 못해 이어지게 된 긴 시간. 그 끝에 마침내는 펜슬이 서운해하는 마음을 표현하는 민최애의 '기억하다' 시리즈! 엘덕이들도 생각나는 애 하나쯤 있니?
💬 엘덕후: 집에 물건 나와있는 걸 못봐서 틈만 나면 갖다버리는 정리병자인 저로서는... 갑자기 버린 물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겨요 T-T
너무도 포근하고 말랑한 동화 앞에서 잔혹한 살인마가 된 이 기분...!
기억하다 - 집에있는 부엉이, 116.7x91cm, oil on canvas, 2019
민최애가 가장 아끼는 시리즈라고 하니 한 작품은 더 소개하고 가야겠어. 기억하다 시리즈의 시초가 '집에 있는 부엉이'라는 동화책이었다면, 민최애의 '집에 있는 부엉이' 작품도 있거든! 작업노트도 꼭 함께 읽어봐. 난 이 작업노트를 읽을 때마다 갖다버린 돼지저금통들이 생각나면서 또다시 살인마가 되.................................
아놀드 노벨의 책 ‘집에 있는 부엉이’에 등장하는 부엉이는
사소하고 별것 아닌 평범한 일상에 작은 의미를 부여해 주곤 하는데
그런 행동들이 부엉이의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았다.
내 책상 위에도 부엉이 한마리가 살고 있다.
짤그랑짤그랑 동전 몇 개가 속에서 굴러다닌다.
처음 이 부엉이 저금통을 샀을 땐 아마
저금통이 가득 차면 무엇을 할까 행복한 고민을 했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현금보다 신용카드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되면서
잔돈이 생기지 않게 되었고 부엉이는 책상 위 먼지 쌓인 장식품이 되었다.
한때 나의 집에 있는 부엉이도 꿈꾸는 부엉이였다.
민율의 작가노트 - 기억하다 2, 작은 사물 이야기
동전 몇 개 들은 채로 몇 년을 책상 위에 놓여있는 저금통 , 싱크대 수납장의 한 켠에 있는 이 나간 찻잔, 누군가에게 선물 받은 장식장 속 작은 인형들처럼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 기억나지도 않는 사물들이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없어진다 하더라도 티 나지 않는 물건들이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소소한 시간들을 나와 긴 시간 함께한 이 물건들은 기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 사물들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들을 꺼내어 기록하기로 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사물들에서는 클로버나 강아지풀, 제비꽃 같은 들풀들이 자라난다. 이러한 들풀들은 매해 길가 어디서나 피어나는 특별하지 않은 것들이다. 누군가가 신경 쓰고 기르지 않아도 그곳에서 꽃피우고 자란다. 어딘가 소소한 일상과 닮았다. 특별할 것 없는 작은 사물과 들풀이 만나 이들이 간직한 소소한 일상이 조금은 특별한 의미가 되길 바란다.
배경 작품정보
아버지의 단떼, oil on canvas, 72.7x60.6cm,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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