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 양벼락이야.
하이루? (^ㅡ^)/ 엘덕들아, 나무의자 시리즈를 그릴 때 하늘, 나무의 이파리 등을 통해 시간성을 부여하는 우리 최애. 오늘은 최애의 새로운 시리즈에 대해서 이야기 해볼거야.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를 '기억하다' 시리즈! 아는 사람 풋져핸섭!!!! 모르는 사람은 나랑 같이 알아가면 됨 >ㅁ<!!
<인터뷰를 빙자한 덕질, 덕터뷰> 민율 4편
어른들을 위한 상상씨앗과
짧은 꼬리도 좋은 트리 이야기
이 씨앗은 커서 무엇이 될꼬?
얼마 전 21살의 나이로 고양이별로 떠난 샴푸.
고양이 대학생 될 때까지 키우고, 끝까지 함께 해준 민집사 대단해.
설치미술을 하다가 회의감을 느낀 민최애 이야기 기억나지? 그렇게 설치를 그만두고 그림을 처음 그렸을 때는 반려묘 '샴푸'를 먼저 그려봤대. 위에 있는 사진이 처음으로 그렸던 샴푸 모습이야(왜 처음부터 잘하는거?) 그런 후에 첫 시리즈는 우리가 살펴본 '나무의자' 시리즈였고, 그와 거의 동시에 시작한 시리즈가 '상상씨앗' 시리즈였다는거야!
💬 엘덕후: 처음부터 상상씨앗 시리즈가 있었다구요!?
🔵 민최애: 네 ㅎㅎ 상상씨앗도 나무의자도 학교 다닐 때부터 구상했던 거에요. 상상씨앗 시리즈의 초기에는 페인팅이 아니었고 사람들에게 씨앗을 나눠주고 피드백을 받아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이었죠. 첫 단체전은 나무의자로 데뷔하고, 첫 개인전은 상상씨앗으로 데뷔했어요.
💬 엘덕후: 저는 나무의자 시리즈보다 상상씨앗 시리즈가 더 늦게 나온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군요.
🔵 민최애: 학교 다닐 때 드로잉 하고 계획 했던 걸 하나씩 꺼내서 작업을 하는 편이에요. 생각이 떠오른다고 바로 작업할 수 있는 성격은 아니고, 몇 년간 기획하고 고민하며 드로잉도 한 후에 캔버스로 옮겨요.
어른이들을 위한 전시, 상상씨앗
민최애는 새벽 3, 4시에 잔대. 무엇을 하다 그리 늦게 주무시냐 여쭤보니 '상상'을 한다했어. 동화책도 좋아하고, 상상력도 뛰어난 최애가 상상씨앗 시리즈를 만들면서 더 많은 상상을 하게 된 것 같아.
🔵 민최애: 제 작업실이 있는 건물에 학원들이 많아요. 법이 바뀌어서 10시가 되면 학원들이 다 불을 끄고 문을 닫는데, 그러면 건물에 저만 남아서 그림그리거든요. 건물에서 뚱, 땅, 띵, 이런 소리가 날 때도 있는데 그러면 상상이 시작돼요. 건물이 사실 살아있어서 빛이 있는 동안에는 세상의 소리를 계속 흡수해놨다가 아무도 없는 밤이 되면 뚱, 땅 거리면서 소리를 다시 내뱉는 거죠. ...그래서 요즘 학생들이 집에 갈 때 저도 같이 퇴근해요.
💬 엘덕후: ㅋㅋㅋㅋㅋ 상상력이 워낙 뛰어나니 행동에도 영향을 주는군요. 원래도 상상하는 걸 좋아하셨나요? 아까 말씀 나누다보니 동화책도 많이 읽고 좋아하시던데요!
🔵 민최애: 그냥 생각하는 거는 좋아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을 정말 좋아해요. 가만히 침대에 누워있을 때 온갖 생각을 많이 해요. 그러다 어? 이런 생각이 들면 기록을 하죠. 핸드폰을 기록용으로 많이 써요. 꿈도 다양하게 꿔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꿈이 누렁이 시리즈 꿈인데요 (이건 또 무엇???) 어느 날은 누렁이랑 같이 떡볶이를 먹으러 가서 김말이를 먹는데 제가 가위로 세토막을 내니까 누렁이가 화를 내는거에요. "그렇게 세토막을 내면 가운데 있는 토막에서 당면이 빠져나오잖아!!"라는거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귀여운 민최애의 상상력 ㅋㅋ 누렁이 맛잘알!
🔵 민최애: 제 상상씨앗 시리즈도 이런 유아틱하고 유치하고 실현 가능성도 없는 것이라고 쉽게 치부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거에요. 순수한 어린아이의 상상을 어른들이 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상상씨앗에서 무엇이 자라날지를 상상해보자고 한거죠.
상상씨앗-고양이 샴푸씨, oil on canvas, 90.9x72.7cm, 2013
짧은 꼬리 고양이, 트리 이야기
최애에게는 트리라는 고양이가 한 마리 더 있어. 나무의자 그려서 트리 아니고, 샴푸 동생이라서 트리(트먼트)래. 나쁜 사람 하나가 트리의 꼬리를 고무줄 여러개로 묶어놔서 꼬리가 괴사된 채로 민최애와 묘연을 맺게 된 거지.
🔵 민최애: 얼마나 아팠을까, 어떻게 약한 생명에게 이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너무 화가 나더라구요. 고양이가 아니라 제가 인간에 대해 상처를 받았어요. 정말 작은 아기 고양이였거든요. 괴사된 꼬리를 수술하고 나서 트리는 짧은 꼬리로 지냈어요.
(전원 고양이 집사인 엘디프 멤버들은 다 함께 분노를 금치 못하였지!!!!!!)
🔵 민최애: 상상씨앗처럼, 트리의 꼬리가 길다면 어떨까 상상하며 더미북 형태로 트리 이야기를 그렸어요. 꼬리에 꽃이 피어있는 그림, 꼬리가 무지개가 되는 그림... 그런데 겨우내내 아이를 지켜보고 나니 트리는 잘린 꼬리 따윈 아랑곳 하지 않고 발랄하게 지내더라구요. 그래서 더미북의 맨 마지막에는 '꼬리 좀 없으면 어때?'라는 결론을 담아서 짧은 꼬리 트리를 그냥 그렸죠. 결국은 제가 상처받았던 거지 트리는 늘 당당했던거에요. 그래서 그 사람이 언젠가 이 작업을 본다면 "나 꼬리 없어도 이렇게 잘 살고 있어!"라는 마음으로 시리즈를 만들었어요. 반성 좀 하라구요 ㅎㅎㅎㅎ
민율의 작가노트 - 상상씨앗
길을 가다 우연히 작은 씨앗들을 얻게 됐다.
무슨 씨앗 일까......?
예쁜 꽃? 배추나 무 같은 채소?
맛있는 과일이 열리는 과일나무?
어쩌면...이 씨앗들은 자라서 예쁜 고양이가 되거나 편안한 소파가 될지도 모르고 혹은 착한 곰이나 읽고 싶은 책, 맛있는 음식들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이름 모를 작은 씨앗들이 무엇이 될지 상상하는 동안,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렸을 적 풍부히 가지고 있던 상상들을 지금은 쓸데없는 유치한 생각 이라고 치부해버린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경 작품정보
상상씨앗, 162.0x130.3cm, oil on canvas,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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