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 양벼락이야.
하이루? (^ㅡ^)/ 엘덕들아, 민최애의 이과적인 과거 잘 들여다보고 왔지? 최애랑 이야기하면서 느낀 것이, 이과였던 사람 중에 예술로 진로를 바꾸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적지 않다는 거였어. 가장 가까이에 엘디프 나현수 대표도 화학과 석박 과정 때려치우고 홍대 디자인 대학원 들어갔고 엘디프라는 예술회사 대표하고 있잖아. 물성과 원리, 데이터를 다루다보면 인간 근본에 깔려있는 지적 욕구를 깨우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얼마 전에 '이게 대체 뭔 소리여...' 하면서 읽은 <경험으로서의 예술>(저자: 존 듀이)이라는 책에서도 이런 말을 하더라고. "예술가는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여 표현 능력만 특별히 타고난 것이 아니라 사물들의 성질에 대한 특이한 감수성도 타고난 사람이다. 또한 이 감수성은 그의 행위와 제작을 이끄는 것이다." 사물들의 성질에 대해 탐구심을 가짐은 물론 특이한 감수성까지 타고나서 그것을 제작하기에 이르는 건가봐. 존경스러운 이과출신 예술인들!
아, 어쨌거나 오늘은 '민율' 하면 딱 떠오르는 거! '나무의자'에 대해 이야기 해 볼거야!
<인터뷰를 빙자한 덕질, 덕터뷰> 민율 2편
너는 쉬어야 한다. 그게 언제든지 간에.
한 5~6년 전에 민최애의 개인전을 갔을 때였어. 판교에 있는 갤러리였던 것 같은데, 그 자리에 최애가 있었던거지! 작품에 대해 하나, 둘 설명해주는데 인상 깊게 들었던 내용이 있어. 그 말을 덕터뷰에서도 다시 들을 수 있었지.
🔵 민최애: 제가 나무의자를 그릴 때는 '더욱 외로워질 수 있는 장소의 제공'을 하려고 그린 거였는데, 보시는 분들 마다 해석이 달라지더라구요. 제 그림은 사실 단순하잖아요. 하늘, 나무, 의자 딱 3개 밖에 없는데 어떤 분들은 포근하다는 반응을 해주시고, 어떤 분들은 쓸쓸해보인다고 말해요. 또 어떤 분들은 심지어 내가 이 높은 의자에 앉아서 너희들을 바라보리라!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고 하셨어요. (그는 CEO였다고 한다!) 또 어떤 분은 손처럼 생긴 수많은 가지들을 보며 '이 수많은 가지들이 독재자의 의자를 받치고 있는 민중의 모습 같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이 분은 어떤 분이시지? 싶어 직업을 여쭤봤더니 사회부 기자라고 하시더라구요. 아무래도 그림이 단순해서 생각할 여지가 더 많은 것 같아요.
💬 엘덕후(나대표): 저는 오히려 어릴 때 로망을 보는 느낌이었어요. 산 위에 올라가고, 오두막 위에 올라가고 이런 걸 좋아했는데 나무 위에 집 짓고 캠핑하듯이 바람을 느끼고 싶다는 어린 시절 바람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았어요.
🔵 민최애: 처음에 의자를 나무 위에 올려야겠다고 생각한 게 그거에요. 나무의자는 '좀머 씨 이야기'라는 책에서 영감을 받은 부분이 있어요. 좀머 씨 이야기에 나오는 꼬맹이가 항상 높은 나무 위에 올라가서 세상을 구경하거든요. 어느 날 좀머 씨가 조용히 호수 속으로 걸어 들어가 사라지는 것을 꼬마 아이가 목격하거든요. 소설은 좀머 씨가 죽은 것으로 암시를 해요. 하지만 꼬마 아이는 너무 어려서 그게 어떤 상황인지 잘 모르죠. 그래서 저는 나무 위에서 꼬마 아이가 나무 위에서 느꼈을 선선한 바람과, 북유럽의 큰 나무들이 움직이면서 냈을 소리를 상상했어요. 그런 나무 위에 꼬마가 올라가 있었을 거라고 말이죠.
좀머 씨 이야기에서 꼬마 아이가 있었던 나무 꼭대기는 어떤 곳이었을까? 각자의 감성으로 보는 나무의자는 어떤 느낌이야? 나는 덕터뷰를 통해 이런 생각을 했어. '좀머 씨가 나무의자에 잠깐만 앉았더라면 다른 선택을 하지 않았을까?'
너는 쉬어야한다.
💬 엘덕후(양대표): 왠지 쑥스러운 이야기지만 저는 처음 봤을 때 '악 의자가 떨어질 것 같아, 위태롭다'라고 느꼈어요! (갬성은 다 갖다 버린...) 그러다 작가님 작업노트를 읽고 나니 제가 생각보다 소음에 익숙한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저는 혼자 있는 시간이 정말 필요한 사람이긴 하지만, 혼자 있는 그 순간에도 뭘 해야 하거든요. 운동을 하든, 책을 읽든, 집 정리를 하든, 유튜브를 보든... 혼자 앉아서 저 멀리 내다보며 심신을 쉬게 하는 여유를 가질 줄 모르는 사람인 걸 알게 됐다고 해야 할까요.
🔵 민최애: 그래서 작업노트에도 적은 것처럼, 긴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고 잠깐, 1분이든 2분이든 쉬었다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잠깐의 시간이 요즘에는 되게 내기 힘든 시간인 것 같아요. 정말 대표님 같은 분들에게 사실 '시간 낭비 좀 하세요'라고 말하는 작업인거죠.
릴스 보고 허비하는 시간은 생각 못하고 자신을 위한 1분, 2분의 고요한 시간을 못 내는 나란 닝겐 -_ -.... 그런데 이 나무 위의 의자를 정말 필요로 했던 건 민최애였어. 좀머 씨 이야기 + 민최애의 개인적 경험이 나무 위 의자를 완성했다고 봐야해.
🔵 민최애: 우연히 강남을 갔는데 아이돌이 왔더라구요. 저는 사람이 많은 곳을 굉장히 힘들어하거든요. 그래서 빨리 여기서 빠져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많은 인파를 비집고 가는데 너무 힘든 거에요. 아이돌이 와서 사람들이 막 소리를 지르니 마음이 더 급해졌어요. 그러다 우연찮게 눈을 들었는데 나무 꼭대기 아래는 그렇게도 분주한데 나무 위는 너무 한적하게 흔들리고 있는거에요! 아.. 기어 올라갈 수 있으면 내가 저기에 잠깐만 앉았다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집에 돌아와서 처음에 드로잉을 했던 거죠.
능력 있고 끈질긴 덕후 (사실은 철면피라서 염치불구 귀찮게 부탁하는 성격) 엘덕후가 나무의자 첫 드로잉을 단독 입수했습니다!!!!!!!!
민최애의 나무의자 첫 드로잉
어떤 현실에 있든, 나무의자로 오세요.
💬 엘덕후: 엇 그렇다면 2013년에 처음에 생각한 원형을 지금까지도 유지하고 계신 거네요! 아 물론 어떤 작품은 멀리서 나무를 보는 풍경도 있지만 주로 캔버스 안에 나무 윗부분이 나오고 나무의자가 그 위에 있는 그 구도요.
🔵 민최애: 그렇게 그리는 이유가 있어요. 보는 사람한테 맡기는 거죠. 꼭대기만 보여주면 보는 사람에 따라서 나무의 크기도 상상할 수 있고, 나무 밑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도 마음대로 만들 수 있죠. 그렇게 나무 윗부분과 의자에 시선을 맞춘 그림만 그리다가 점점 멀리 있는 풍경도 그리게 됐죠.
💬 엘덕후: 그런데 하늘 색깔이 엄청 다양하잖아요. 그 하늘 색도 처음엔 그냥 파란색이었어요? 아니면 처음부터 다양했나요?
🔵 민최애: 하늘은 처음부터 다양했어요. 그림 속의 나무는 '아무 나무'였길 바랐어요. 그래서 누가 봐도 나무라고 생각되게 나무를 그렸고, 누가 봐도 의자라고 볼 수 밖에 없는 의자의 도상 그 자체를 그렸어요. 그런데 하늘을 그리면서는 '언제든지 이 나무의자로 오세요'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밤이어도, 낮이어도, 추운 겨울이어도,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당신이 조금 쉬고 싶을 땐 언제든지 쉬라는 의미를 주고 싶었죠. 그래서 하늘은 밤이기도 하고, 낮이기도 하고, 노을이 지기도 하고, 구름이 껴있기도 해요.
엘덕이들의 나무 밑은 어떠니? 사람들이 우글거리니, 아니면 푸른 초원이니?
엘덕이들의 지금 날씨는 어떠니? 낮이니, 비가 오니, 천둥이 치니?
쉬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든, 창 밖에 혹은 길을 걷다 옆에 서 있는 나무의 꼭대기를 30초리도 바라보며 '완전한 혼자'를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길 바라며 그린 '나무의자' 시리즈. 작품을 보고 있는 엘덕이가 지금 힘들든, 행복하든 온전한 나만의 순간을 만들 수 있길...!
민율의 작가노트 - 나무의자
우리가 사는 시대는 풍요로움이 넘쳐난다. 삶의 편리를 위한 물건들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며, 알고 싶은 정보 혹은 알고 싶지 않은 정보도 물밀듯이 밀려온다. 그러나 이러한 풍요로움 속에서도 사람들은 쓸쓸하고 외롭다고 말한다. 나는 그들이 느끼는 외로움이 무엇에서 오는 것인지에 대하여 생각했다. 외롭다는 것은 내 주변의 누군가가 부재 할 때 느끼는 감정이다. 그것은 단지 ‘그’가 없어서가 아니라 ‘나를 알아주는 그’가 없기 때문에 외로운 것이다. 또한 나를 잘 이해하는 가족이나 사랑하는 이가 주변에 존재하는 사람도 종종 외로움을 느낀다. 그 이유는 타인이 아무리 나를 잘 이해한다고 해도 자기 스스로 만큼 자신을 이해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외로움이란 감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과 마주 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그러한 시간의 갖는다는 것이 쉽지 만은 않다.
배경 작품정보
나무의자, 지름40cm, oil on canvas,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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