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 양벼락이야.
하이루? (^ㅡ^)/ 엘덕들아, 강남역에 바글바글한 인파들에 치이다 우연히 눈을 들어 바라본 나무 위. 잠깐 저기서 쉬었으면 좋겠다고 여겼던 마음이 그림이 되었어. '나무의자'라는 시리즈로! 오늘은 나무의자 시리즈를 실제로 그릴 때 민최애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녀의 삶에서 경험한 무언가가 어떻게 그림으로 발현되는지에 대해서 조금 더 나눠보도록 하쟝!
<인터뷰를 빙자한 덕질, 덕터뷰> 민율 3편
지구과학 공부했더니
그림을 더 잘 그리게 됐네?
이래서 일단 배워놓으면 다 쓸 데가 있다는건가
💬 엘덕후: 작가님 전시 갔을 때 작가님과 직접 이야기하면서 들었던 이야기 중에 굉장히 인상 깊었던 것이 있어요. '구름을 연구해서 그린다.'라고 하셨거든요! 그러다보니 더 진짜 같은 구름이 그려지는 것 같아요. 혹시 무엇을 어떻게 연구하시나요?
🔵 민최애: 음... 우선은 실제 구름을 많이 찍어요. 무조건 매일 구름 사진을 찍는거죠. 제 그림 안의 하늘이 진짜 하늘처럼 보이기를 바라거든요. 아까 말씀드렸듯이 나무나 의자는 누구나 봐도 나무, 의자인 것을 강조하고 싶지만 하늘을 통해 시간과 장소가 실재하는 것처럼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사진을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고, 구름의 모양이 바람이나 온도에 따라서 어떻게 흩날리는지 계속 관찰해요. 어떤 날씨엔 어떤 구름이 뜨는지, 빛이 비출 때 어디가 밝고, 어디가 어두운지를 사진을 보며 공부하는거죠.
💬 엘덕후: 엇 그렇다면 대학생 때 배우셨던, 아, 첫 대학에서 배웠던 것과 연관성이 엄청 깊어보이는데요?
🔵 민최애: 저는 제 그림과 지구과학이 전혀 상관 없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그리다보니까 조금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대학 때 지구과학 중에서도 '기상'을 중심으로 공부를 했으니까, 모든 구름의 종류와 특성을 배웠던 거죠. 그런데 공부를 해놨던 것이 구름을 더 진짜처럼 그리게 하는 것보다는, 사진 속에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다른 구름과는 다르게 생긴 구름을 배제하는 방향으로 활용되는 것 같아요. 제가 구름의 종류를 몰랐다면 사진대로 모두 그렸을 수도 있는데, 어떤 구름은 빼고 넣을지 결정하게 되더라구요.
지구과학으로 첫번째 대학을 나오고, 두번째 대학으로 미술을 공부했는데 하필이면 하늘을 사실적으로 그리게 된 민최애! 어른들 말씀 생각난다. "지금 배워놓으면 나중에 다~ 쓸 데가 있는겨!"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나무
💬 엘덕후: 저 또 궁금한 것이 있어요! 제가 작가님 그림을 처음 봤을 때는 나무에 나뭇잎들이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인가 초록색 이파리들이 가득한 나무가 눈에 들어오더라구요. 얼마 전에는 심지어 벚꽃이 만개한 나무도 그리셨구요. 혹시 제가 생각하는 것처럼 처음에는 앙상한 나뭇가지가 많았는데 그리시면서 이파리가 풍성해지고, 얼마 전엔 꽃까지 핀 게 맞나요?
🔵 민최애: 어~ 원래 처음 그린 것도 가지만 있었던 건 아니에요. 자세히 보면 이파리가 다 있어요. 겨울 나무가 아니라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나무거든요! 그래서 갈색만 사용하지 않고 항상 녹색을 섞어서 작업해요. 눈으로 보이는 거는 역광맞은 검은색 나무 같아보이지만 녹색 기운을 다 넣어주는 거라서... 봄나무라고 봐야할 것 같아요. 나무의자 초반에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나무였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고 작업했거든요.
히히히... 덕터뷰 하면서 느끼지만 늘 나는 덕력이 부족하다 ㅋㅋㅋ 나뭇가지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이제서야 자세히 보니 이파리가 맞더라고.. (자료화면 나갑니다)
앙상한 나무 끝에 푱푱푱 돋아난 나뭇잎들!
시간성을 더해가며 나무도 다양해졌다.
🔵 민최애: 그런데 나무도 조금씩 바뀐 건 맞아요. 제가 하늘을 다양하게 그리는 것이, 이 작품을 보는 사람이 '언제든지' 와서 쉬어 가길 바란 거라고 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겨울나무, 봄나무만 있어선 안되는 것 아닐까 싶었죠. 그래서 사계절 나무를 그리기 시작했어요.
💬 엘덕후: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나무가 주류였다가 나뭇잎이 점점 더 많이 나오기 시작한거군요. 그러니까요! 저는 벚꽃 나무의자 보면서 '오옷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으셨나?' 이런 생각을 했거든요.
🔵 민최애: ㅎㅎㅎ 그냥 시간성을 많이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때부터 숲도 그리고, 멀리서 보는 나무도 그렸죠. 왜냐하면 나무 꼭대기만 보이는 곳에 있는 사람도 있겠지만 낮은 층에서 바라보면 나무가 앞에 있을 수도 있고, 멀리 보리서 보는 사람도 있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작업노트에도 이런 말을 썼어요. 창 밖에 바로 보이는 나무, 아니면 저 멀리있는 숲의 나무. 어떤 나무든 그 위에 의자를 올려놓고 잠시 쉬어가라고요. 그렇게 확장이 되었죠.
민율의 작가노트 - 나무의자
<나무의자>작업은 이렇게 외롭고 지친 사람들이 잠시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고 마음을 쉴 수 있는 공간을 찾는 데서 시작되었다. (그곳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그런 곳이 아닌 어디든 잠시 눈만 들면 보이는 곳 이어야하며 어수선하고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을 잠시 잊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길가의 나무 혹은 도심 공원의 작은 숲, 멀리보이는 산의 나무위에 작은 의자를 하나 올려놓는다. 그리고 잠시 마음 한 조각 덜어내어 그 의자위에 놓아둔다. 바람이 불거나 비가와도, 서늘하거나 어두운 밤이어도 좋다. 조금은 위태로워 보이고 쓸쓸해 보이는 곳이지만 당신과 떠도는 공기만 있는 그곳에서 그때그때의 하늘을 바라보며 지나가는 바람과 함께 천천히 흔들려보기를 바란다. 아주 잠깐의 시간이어도 좋다. 그것이 언제 어디서든지 나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 되어 외로운 당신에게 작은 위로가 될 것이다.
배경 작품정보
나무의자, 지름40cm, oil on canvas,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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