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 양벼락이야.
하이루? (^ㅡ^)/ 엘덕들아, 박최애의 경증 시각장애로 인해 일찍이 마음을 접었던 미술의 꿈은, 결국 하나의 종이접기 작품을 위해 잠시 접어야만 했던 과정이었던 것 같아. 교회 오빠를 따라 미술학원에 놀러갔던 것을 계기로 고3 때 미술을 시작했고, 늦은 입시 준비로 인해 소묘 외에는 배운 것이 없었던 최애가 꿈을 향해 달려가며 미대에 진학하게 된 것도 우연은 아닌가봐. '중요한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유행어가 한참 돌 때 개그맨 박명수가 '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이야~'라고 했던 거 기억나? 덕터뷰 박노을 편을 쓰다보니 나 자신과 나의 환경이 내 꿈을 접을 때도 '이건 종이접기의 과정일 뿐이다'라고 생각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런데 돌아보면 그 종이접기는 나 혼자서 하는게 아니더라고. 예쁘게 접힐 수 있도록 각을 맞춰준 귀인들이 늘 주변에 있었어. 오늘은 박최애의 귀인들에 대해, 그리고 어떻게 전업작가가 될 수 있었는지 이야기해보자 >ㅁ<!
<인터뷰를 빙자한 덕질, 덕터뷰> 박노을 3편
내 인생에 나타나준 귀인들
어려웠던 10대를 도와주신 미술학원 선생님
지난 덕터뷰 박노을 2편에서 스쳐지나간 장면 중 하나지. 문제의 교회 오빠를 따라서 가게 된 미술학원! 교회 오빠가 알바 구하려고 미술학원에 면접을 보러 가는데 생각 없이 따라간 미술학원 원장님이 이런 제안을 했다고 해.
🔵 박최애: 처음에는 제가 그림을 그리고 있으니 우리 학원 한 달만 다녀볼래? 하고 제안을 주셔서 한 달을 그냥 다녔어요. 그런데 미술학원이 비싸잖아요. 그리고 제가 미술을 계속 한다고 해서 어떻게 될지도 모르겠고 (당시 최애는 고3이었음) 해서 한 달만 하고 그만 다니겠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선생님께서 '우리 어차피 입시생 없으니까, 그럼 너가 아침 저녁으로 미술학원 청소하는 대신에 학원 계속 다녀'라고 말해주셔서 그렇게 계속 미술학원을 다닐 수 있게 되었어요.
💬 엘덕후: 잠깐, 잠깐만, 어디를 그냥 다니게 되셨다구요? (박최애: 미술학원이요) 미술학원을 그냥 다니게 되셨다구요? 그때가 몇.. 몇 학년이라고 하셨죠? (박최애: 고3이요) 오.....?????? 고3 입시미술을 그냥 다닐 수 있게 해주셨다구요?
각박한 세상 속에서 살았다가 갑자기 만난 오아시스 같은 이야기에 반문을 계속한 나란 사람 -ㅁ -...
🔵 박최애: 10대 때 경제적으로 집이 너무 어려웠어요. 그래서 미술학원도 다니고 싶었는데 못 다녔던 거죠. 어렸을 때부터 화가가 되고 싶다는 꿈은 있었는데, 백내장 때문이기도 하고 아예 제가 스스로 포기를 했던거죠. 조금 더 큰 후에는 미술 하고 싶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지만 부모님께서 도와주실 형편이 안 되었어요. 하고 싶은 건 있는데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없어서 정말 우울했어요. 커서 '문방구 주인 하고 싶다' 그냥 그런 생각들을 하며 지냈어요.
💬 엘덕후: 그럼 혹시 친한 친구들이 '너는 겉으로 보면 강해보이는데 알고보면 여린 아이야'라는 말을 많이 해주었나요?
나도 어릴 때 여러 고민이 많지만 외향적인 아이였어서 저런 말을 많이 들었거든. 최애한테서 내 모습이 반사되어 보이는 것 같아서 우리는 한동안 서로 당신 뭐냐고, 그런걸 왜 아냐고 손바닥을 짝짝 마주쳤었다 ㅎㅎㅎ 내가 가정 불화로 인해 어린 나이에 큰 상처가 있었던 내용을 이야기해주니 최애도 비슷한 이야기를 공유해줬어.
🔵 박최애: 저도 10대 때는 그림 그리기 어려운 환경이었어서 좀 우울했어요. 그래서 아예 못하겠다 싶었는데 정말 좋은 기회에 그 원장 선생님을 만난거에요. 그 때 선생님들이 다 29살, 30살.. 어린 나이의 선생님들이었는데도 어려운 친구들을 도와주자는 생각이 있었대요. 대학교 들어가서도 미술을 계속하기 어려운 환경이었어요. 심지어 빨간 딱지 붙은 적도 있었으니까요. 어느 날 알바하고 있는데 언니한테서 전화가 온 거에요. 제 방에서 가장 중요한 물건 뭔지 빨리 말하라고, 그러면 딱지 붙기 전에 언니가 챙겨주겠다는거에요. 그래서 완전 아무것도 없이 그 집에서 쫓겨나서 옮겨 다녔던 때가 있었어요.
고3때 만난 귀인들의 도움으로 어렵게 미대에 들어갔지만, 대학에 들어가서 어떻게든 미술과의 연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하느라 바빴던 최애. 연락이 끊기게 된 선생님들을 뒤늦게 찾으려고 해봤지만 오랫동안 찾지 못했던 최애는 '브리즈 아트페어'에 같이 참가한 어느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게 돼.
🔵 박최애: 낯이 되게 익은데 어디서 뵀지? 혹시 김포에서 미술학원 하셨어요? 하고 여쭤봤더니 바로 그 원장님이셨어요. 그렇게 작가 대 작가로 다시 만나게 됐어요. 선생님께서 편찮으셨던 바람에 10년 가까이를 쉬었대요. 선생님도 저처럼 다시 대학원에 늦게 들어가서 늦게 작업을 시작하셔서 신진작가로 활동하시니까 저랑 시기가 맞게 된거에요! 저보다 더 활발하게 작가 활동을 하고 계세요. 제가 그래서 그 아트페어에서 선생님 작품을 하나 사드렸죠! 제가 은혜 갚은 제비가 된거에요!
근데 그 작가님이 알고보니 엘디프가 오래도록 흠모해오던 이윤정 작가님이었다는 사실....... 세상 참 좁다.
그리고 이 좁은 세상에 좋은 사람들이 참 많다.
전업작가로 발돋움 할 수 있게 해준 갤러리 관장님
근데 박최애의 최종 학력은 대학원이거든. 무..무려 홍익대학교! 어려운 형편으로 겨우 미대에 들어갔는데 대학원은 어떤 이유로 가게 됐는지 여쭤보았어.
🔵 박최애: 대학을 졸업하면 당연히 작가를 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제가 전공을 살리는게 진짜 힘든 거라는 걸 나와서 안 거죠. 그렇게 미술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었어요. 강사로 살다보니 그림을 그렸던 게 더 재밌어진거죠. 아 그럼 그냥 학교를 다시 가서 작가가 되어버리자고 마음을 먹었죠. 포트폴리오를 새로 만들어야하니까 미술학원에 일찍 가서 제 작업하고,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대학원 입학 준비를 했죠.
정말 시간을 쪼개고 쪼개고 쪼개서 사는 최애의 모습에 놀라(지만 최애 말로는 이렇게 채찍질 하지 않으면 잉여가 된다고... 같은 잉여는 고개를 끄덕입니다.)
💬 엘덕후: 아무리 대학원을 졸업했다고 해도 바로 작가가 되는 건 또 아니잖아요. 어떻게 작가의 길을 걸으실 수 있게 됐나요?
🔵 박최애: 석사청구전 하면 돌아가면서 지킴이를 하잖아요. 제가 지킴이 하는 날 최정아 갤러리 관장님께서 전시를 보러 오신거에요. 혹시 작품 설명할 작가가 있냐고 물으시기에, 제 그림이 있고 + 제가 있으니까(!?) 제 작품을 설명해드렸더니 10호 정도 되는 소품 작품을 콕 찝으시면서 석사청구전 끝나면 갤러리 단체전에 참여하라고 제안해주셨어요. 그런데 그 작품이 단체전에서 팔린거에요! 그 후로 최정아 갤러리와 5인전, 3인전을 한 번 하고 그 다음에 개인전을 하게 됐죠.
💬 엘덕후: 어머어머 관장님께서 작가님 작품을 보고, 작품 설명을 들으신 후에 마음에 들어서 같이 하자고 하신거네요! 그렇게 개인전까지 하셨으면 데뷔도 한거구요! 그 작품이 어떤 작품이에요?
🔵 박최애: 픽셔널 월드 시리즈라는건데, 캔버스에 아크릴로 그림을 먼저 그리고, 그 위에 나이프로 유화물감을 얹은 후에 조각칼, 펜 같은 걸로 계속 물감을 긁어내면서 드로잉하는 거에요.
💬 엘덕후: 오옷? 제가 아는 작가님 스타일이랑은 굉장히 다른거군요? 그거 팔렸을 때 기분이 막 어떠셨나요?? 어떻게 좋아요??
🔵 박최애: 아.. 성취감이 너무 좋아요. 나는 성공한다. 너무 좋다. 이렇게만 하면 뭐든지 되겠다. 싶었죠. 정말 좋았어요. 그런데 쉽지는 않더라구요 ^ㅡ^;
박최애의 마음에 자신감을 불어넣어준 최정아 갤러리 관장님이 선택하신 작품은 바로 이거야!
창문만 많고 문이 없는 집들을 드로잉으로 표현한 작품이야. 이야기를 더 들어보니, 세상을 보고싶고 세상과 어느 정도 경계선을 가지고 소통은 하고 싶지만 완전히 문을 열어서 내 안으로 들여보내는 것은 주저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해. 그래서 훗날 호아드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가졌을 때 전시 제목도 <열린 창, 닫힌 문>이었다고 해. 이 먹먹하면서도 아련한 감각 어떡하니 ㅜㅜ 최애의 설명을 들으니 저 그림에 감정이 확 이입이 돼.
박노을의 귀인시리즈(?)를 쓰기 때문에서인지, 박최애는 한 번 맺은 인연은 길게 가져가는 것 같아. 내 인생에 나타나준 사람들을 귀하게 여기는 방식일까? 그렇다면.. 그렇다면... 그렇다면 엘디프와는!? 지금 찾아보니 첫 계약이 2021년 7월이네. 벌써 4년이 넘는 시간을 주---욱 같이 하고 있어. 사실 박최애가 엘디프의 귀인이고, 엘디프는 최애의 귀인이 되려고 노력중이긴 하지만 말야.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 대목이야!
자, 그렇다면 이번에 엘디프 오리지널에서 선보이는 박최애의 작품들은 어떤 작품일지 궁금해지지 않아? 아래에 작업노트로 살짝 스포하고 갈거니까 작업노트까지 싹 다 읽고 다음편으로 넘어왕 ㅇ>ㅁ<ㅇ
박노을의 작가노트
집 안의 식물에서 출발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외부로 확장되었다. 실내의 식물은 일정한 환경 속에서 미세한 변화를 중심으로 관찰하게 되지만 자연의 식물은 빛의 양과 바람의 방향과 토양의 질감 같은 다양한 조건에 반응하며 형태를 달리한다. 줄기가 자라는 방향이나 잎의 배열처럼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구조적 변화는 해석을 덧붙이지 않아도 그 자체로 명확한 조형성을 드러낸다. 주변 풍경 역시 같은 방식으로 작용한다. 계절에 따라 색이 달라지고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나무의 나뭇잎들이 춤을 추듯 이리저리 움직이는 등 별다른 장치 없이도 자체적인 구조가 형성된다. 나는 이러한 자연의 변화가 만들어내는 구조를 과장하거나 단순화하지 않고 관찰 그대로 화면에 옮기는 방식을 택해 왔다. 자연의 식물과 풍경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존재만으로 충분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며 그 아름다움은 극적인 사건에서 비롯되기보다 반복되는 변화와 환경의 상호작용 속에서 조용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자연의 질서를 바라보고 기록하는 일은 단순한 감상의 차원을 넘어 회화가 다룰 수 있는 구조적 원리를 다시 확인하는 과정이 되고 있다.
배경 작품정보
너와 나 그리고 우리2, 162x70cm, acrylic on canvas,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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