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 양벼락이야.
하이루? (^ㅡ^)/ 엘덕들아, 최윤정 1편 잘 읽구 왔져? 1편에서는 최최애의 가족구성원이 누구인지, 아이를 낳고 나서 1일 1호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던 경험을 나누어보았어.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도 그림을 놓지 않기 위해 시작했던 1일 1호 프로젝트가 끝나고 그 100호의 작품들이 열맞춰 전시되어 있던 최애의 개인전은 정말 장관이었지.
꼼꼼한 성격으로 육아도 본인 커리어도 계속 유지해오던 우리 최애가 2024년에는 그림을 거의 손놓다시피 했다고 해.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고 키우던 나도 2024년은 커리어적으로 고통의 시간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지.
최최애의 2024년, 같이 들을 준비 됐지?
<인터뷰를 빙자한 덕질, 덕터뷰> 최윤정 2편
정리병자는 번아웃을 정리한다.
2024년은 그냥 포기했어요.
💬 최최애: 1일 1호 프로젝트를 마치고는 에너지를 다 써버린 느낌이 났어요. 붓을 잡기 싫어지더라구요. 예전에는 열정 있게 그림을 대했는데 그림을 너무 많이 그려서인지 제가 좀 지쳐버린거에요. 아이 키우는 것도 가랑비에 젖듯이 지쳐갔구요. 그래서 조금 내려놨었어요.
머릿 속에 '못 그리겠다'라는 생각이 가득했던 시기래. 나도 2024년이 일에 집중이 잘 안 되고 고민만 많고 뭘 해도 되는 게 없어서 세상이 혹독하게 느껴졌던 때라 감정이 확 이입되더라.
💬 최최애: 2024년부터 그린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해서 저도 제 시간이 생길거라고 기대했어요. 그런데 오히려 시간이 안 나더라구요. 애기가 언제 아플지도 모르는데 아프기 시작하면 아이 케어해야하고, 기존에 잡혀있던 수업 시간에 수강생들 가르치고 나면 또 하원할 시간이 오고 하지만 그래도 어린이집 다니니까 시간이 조금 더 생기긴 하잖아요? 그런데 안 되더라구요. 그린이가 막 돌 전에 애기일 때는 제가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하루 종일 아이에게 매달려 있다가도 하루에 5분이건 10분이건 시간을 내서 그림을 그렸는데, 열정이 식어버리니까 시간이 조금 더 생겼다고 해서 이게 될 일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포기했어요.
최애의 속사정을 듣는데 정말 남 일 같지 않았어. 2022년에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다가 2023년부터 1일 1호 프로젝트를 한 최애는 그 프로젝트가 끝나면서 서서히 번아웃이 온거야. 나도 2021년 말에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고, 2023년부터 서서히 일하는 시간을 늘리며 커리어에 복귀했는데 2024년부터는... 뭘 해도 다 안돼서 힘들었어. 아마 최애와 나 모두가 내수 경기 침체와 미술시장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는 공통점도 있었겠지.
그런데 그 슬럼프를 해결하는 방법마저 비슷했어(!?)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하니 더 맛있는 거 사드릴 걸 싶었지 ㅜㅜ
정리병자는 정리하면 힘이 나지 >ㅁ<
💬 최최애: 쉴 때 확 쉬어버리자고 마음 먹고 작년에는 정리만 했어요.
💬 엘덕후: 엇... 작가님도 정리병자였어요!?!
이렇게 정리병자들의 정리찬양이 시작되었어. 나는 정리하면서 스트레스 푸는 사람인데 같이 일하는 동료가 나보고 병자 수준이라고 놀리면서 정리병자라는 닉네임을 얻었거든. 그런데 최최애가 인스타에 올리는 사진의 배경에 집이 있는 걸 보면 정리병자인 내가 봐도 '앗 동족이다!?'싶었거든? 오늘 드디어 사실 확인을 한 것이지 크크크. (정리를 찬양하라!!!)
💬 최최애: 하루 종일 장난감 정리하고, 정리템들 사서 정리하고, 냉장고 정리 싹 하고, 그러면 정신이 맑아지잖아요. (엘덕후의 맞장구, 맞장구!)
그런데 그 와중에 우리 최애 자기도 모르게 다시 커리어 불태우더라고. 이게 정리병자 특이지. 정리를 하고 나면 머리가 맑아지면서 새로운 에너지가 솟아나거든! 최애는 작년 5월부터 미술 수업을 시작했대.
💬 최최애: 수업을 하는 것도 꼭 하고 싶었던 리스트 중의 하나였어요. 아기하고만 말하니까 점점 말을 못하게 되는 것 같아서 더 간절했어요. 어느덧 수업을 한지 1년이나 되었는데, 이제 어른들하고 대화를 하다보니 좀 나아지는 것 같긴 해요.
정리를 찬양하며 엘디프 사무실로 자리를 옮기는 최애와 나!
대학생 때부터 이어져 온 작업 방식
우리 최최애가 사실 그림을 다 놓아버렸다고 하지만 사실 그 시기는 새로운 시작을 위한 시기였던 것 같아. 육아하면서 그림을 그렸던 시기가 사실 너무 대단했던 것이기도 하지!
💬 최최애: 그렇게 한 해를 슥 보내버리니까 2025년이 왔더라구요. 올해는 좀 무언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예전 작업들을 다시 보기도 했어요.
💬 엘덕후: 오! 작가님 예전 작품이라 하면, 그 물 속에 담겨서 흐트러져 보이는 꽃, 열매 그림들인가요?
💬 최최애: 맞아요. 그 작품들은 다 사진을 찍어서 그린 그림들이에요. 고터 꽃시장에 가서 꽃을 사서 물에 담가가지고 촬영한 것을 그림으로 그리는거죠. 아시아프가 5월에 열리면 3월에 사진을 찍어서 얼른 그림을 그려야 출품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그땐 꽃 사진 찍느라 봄만 되면 되게 바빴거든요.
최애의 첫 전시를 갔을 때 기존에 알고 있던 작품 스타일(빛과 그림자각 어른거리는 듯한 작풍)이 아닌 화려한 색감의 꽃과 열매가 있는 작품을 보고 '이런 작품도 있었어?' 했었거든. 그때도 물 속에 담긴 물체를 그리다보니 사물이 흐릿한 느낌이 있었어.
💬 최최애: 어릴 때부터 늘 사진을 찍어가면서 작업을 했고 그 작업 스타일이 지금까지 이어져왔어요.
💬 엘덕후: ...? 작가님 지금 작업은 추상화 아니었어요? 저는 작가님 작업이 어떤 관념을 담은 빛과 그림자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게 사진이 베이스였다구요?
💬 최최애: 하하하하 그렇게 봐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또 어떤 분들은 '사진 같아요!'하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런데 제 빛그림도 초기 작품들처럼 다 평소에 찍은 그림자 사진을 바탕으로 나오게 된 것들이에요.
띄요옹...? 그러고보니 우리 콜렉터님 중에 최최애의 캔버스 에디션을 소장하신 후에 남겨주신 리뷰가 기억나. "이 작품을 보고 있으니 제가 나무가 된 느낌이에요." 나무 그림자가 바닥에 드리워진 작품이었지. 작가님도 빛그림자를 보고 그리셨고, 콜렉터님도 나무 그림자와 그것을 감싸는 빛을 보셨는데 정작 그걸 팔았던 나만 추상화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이 부끄러움을 우짜쓰까나잉...
나는 최최애 작품이 사진을 찍은 후에 그리는 건 줄은 전혀 몰랐지 뭐야? 최최애가 엘디프 사무실 경복궁 뷰를 사진에 담는 모습이야 >ㅁ<
최윤정의 작업 노트 - Illusion
Illusion 회화 작업은 나의 일상 공간에서 발견되는 빛과 그림자의 찰나적이고 환영적인 이미지를 포착함으로써 시작된다.
어느 날 나는 매일 오고 가는 차갑고 딱딱한 공간에서 작은 바람에 일렁이며 영롱하게 빛나는 나무의 빛과 그림자를 마주한다.
그 현상이 공간에 잠시 머무를 때, 난 그 장소가 처음인 듯 새롭고 신비하여 한동안 막연하고, 멍하니 대상을 바라보게 되었다.
그 따스한 경험으로 인해, 지루하고 힘들었던 날들에 대한 위로와 어떤 순간이 가진 존재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매일 반복되고 있는 평범한 일상일지라도 별거 아니거나 감사하지 않은 순간은 없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 주변에 머물며 반짝거리는 빛들과 같이 매 순간 흔들리며 빛나고 있음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일상 또는 새로운 공간에서 만나는 시원하고 차분한 그림자, 우연히 다른 시간에 길을 걷다가 발견하는 흔들리는 빛 덩어리들,
매 시간 달라지는 공기와 온도, 따스한 느낌과 분위기 등 여러 가지 찰나의 자연의 시간들, 모두가 나의 작업소재와 작품 활동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러한 이미지 들을 작품 속에 담아내는 과정에서 내가 보고 느낀 일상의 감정들과 생각을 반영하고
시시각각 변화하는 빛의 다양한 색감들과 부드러운 느낌을 투영함으로써 더욱 편안하고 안정된 표현으로 관람자 역시 나의 작품을 통하여,
내가 느낀 따스한 위로와 나른한 휴식을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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