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 양벼락이야.

점점 날이 따뜻해지고 있네. 봄맞이 잘들 하고 있니? 벌써 바람이 훈훈해졌어. '아니 벌써 3월도 중순이야!'라고 생각하며 시간의 흐름을 무서워 할 때도 있지만 이렇게 날씨를 만끽할 수 있는 여유있는 나이(!)가 된 것도 좋은 것 같아.


오늘은 우리 회사 엘디프가 그 무서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아트콜라보레이션'을 해왔는지 주절거려 보려고 해. 이거는 엘디프 구성원들이 다 동의하는 내용은 아닐 수 있고, 그냥 엘디프의 '생각머신'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나만 굉장히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일 수 있어. 나는 좀 현실 감각 떨어지는 미래를 상상하면서 개똥철학 세우는 걸 좋아하거든, 허허허. 다른 멤버들도 비슷하게 생각하리라 섣불리 믿어버리면서, 이번 덕업일치는 2023년 10월 26일부터 11월 26일까지 롯데월드 서울스카이에서 진행된 <2023 서울스카이 오픈이노베이션 기획전>을 큰 재료로 다룰게. 그게 우리가 했던 아트콜라보레이션 결과물들 중에서 제일 잘 한 것이기도 하고, 그 프로젝트 덕분에 나도 '좋은 아트콜라보레이션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나만의 결론을 내릴 수 있었거든.


오늘도 또 나만 떠들겠지? 그래도 난 덕업일치 쓰는 시간이 참 좋다.

아무튼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굳이 읽은 티 내지 않아도 좋아. 정말 고마워!


사적인 듯 예술적인, 덕업일치 - Issue No.3

모든 것이 아트고, 모든 것이 콜라보레이션

지겹고 식상하더라도 따라야 하는 대세

아트콜라보레이션은 예술이 상품이나 서비스에 적용되면서 새로운 결과물을 만드는 일련의 협력 과정을 말하는거야. 모든 상품과 서비스가 예쁜 이 세상에 사는 우리는 아트콜라보레이션 속에서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야. 영화 '기생충'에는 미술팀이 있고, 잔나비 2집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의 커버에는 '콰야' 작가의 그림이 있잖아. 기업 간이든 개인 간이든 예술이 있는 협력을 통해 나오는 모든 것이 아트콜라보레이션이라고 봐야겠지. 게다가 '아트'의 영역이 얼마나 넓니! 나는 지금 미술만 가지고선 아트의 예시를 들었지만 음악, 문학, 무용, 영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등등... 아트 아니라고 말할 수 없는 게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모든 것에 아트콜라보라는 제목이 붙으니까 나는 그런 행태가 좀 질리더라고. (a.k.a. 패션도 유행따라 입는 거 싫어하는 인간.) 그렇지만 이런 나에게도 대세를 따르는 종목이 있다면 바로 전자기기다. 사회 초년생 시절 스마트폰 인생을 쭉 함께한 아이폰을 벗어나 패기 넘치게 소니에서 나온 엑스페리아를 썼었는데 사람들이 왜 대세를 선택하는지 그 때 깨달았어. 대세는 안전해!


같은 이유로, 내가 질려하건 식상해 하건 내 감정은 사실 별로 중요한 건 아니고 사업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대세를 따르는 게 안전한 경우가 많더라고. 그래서 우리도 아트콜라보레이션 자체를 한 해 목표로 삼기도 했었고 그동안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해온거지. 지금 잠깐 우리 회사 폴더를 뒤져보니까, 엘디프는 2021년부터 아트콜라보레이션이라는 것을 사업으로 분류를 했었네. 아트콜라보레이션 실적들 중에 너희가 알만한 회사랑 한 것만 추려서 몇 개만 공유해볼게.

오픈이노베이션 ⊃ 아트콜라보레이션

예술시장이라는 판에 있다 보니까 처음에는 아트콜라보레이션이라는 단어가 한참 대세였는데, 스타트업 판에 오픈이노베이션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더니 2022년에는 이게 예술시장까지 살살 들어와 또 다른 대세가 되더라고. 아까 내가 서두에서 말한 이 글의 큰 재료가 될 <2023 서울스카이 오픈이노베이션 기획전>이라는 프로젝트명에서도 오픈이노베이션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지?


일반적으로 오픈이노베이션은 기업이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자체적인 R&D로 생산하지 않고 아웃소싱으로 조달하는 동시에 본인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나 기술도 외부와 공유한다는 경영용어야.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규모가 있고 자본력을 가진 기업과 스타트업이 서로의 장점을 융합해서 하나의 결과물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지칭하는 경향이 있는 듯해. 대기업과 작은 기업의 협력이라는 규모적 느낌이 껴있는 거지. 그래서 대기업 부서 중에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부서들의 이름에는 '오픈이노베이션'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아졌어.


어쨌든 두 기업 사이에 정보와 기술 등 각자가 가진 자원의 교류와 협력이 있다는 점은 동일해. 큰 기업에게는 스타트업이 만들어 낸 신선한 결과물(그게 기술이든 콘텐츠든)을 수혈 받아서 저비용으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고, 스타트업은 쉽게 접할 수 없는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함으로써 기술을 이전받거나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는 Win-Win 게임인거지. 우리 기획전의 경우 엘디프라는 작은 회사는 '서울스카이'라는 한국의 대표 랜드마크에서 엘디프의 프로젝트를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엄청난 기회를 얻은 것이고, 서울스카이의 경우에는 120층 전망대 공간을 '미술관'의 개념으로 승격시키기 위해 다양한 전시를 저비용으로 개최해야하는 니즈를 충족하는 동시에 서울스카이를 찾아오는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볼 거리를 제공할 수 있었던 거지.


어떻게 보면 '예술이 한 발 걸치고 있는 오픈이노베이션'은 결국 아트콜라보레이션과 상동하는 것 같아. 그렇지만 기업 간 협력이라는 측면에서 오픈이노베이션이 아트콜라보레이션보다 더 큰 개념이라고ㅡ그러니까 오픈이노베이션⊃아트콜라보레이션이라고ㅡ나는 이해하고 있어. 그래서 나는 결국 그 식상한 아트콜라보레이션이라는 말을 또 쓰게 되나봐~

<2023 서울스카이 오픈이노베이션 기획전> 톺아보기

오직 서울스카이만을 위한 전시 기획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 공모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 전시는 예술의 산업적 성장기반 마련을 위한 플랫폼인 <아트코리아랩(Arts Korea Lab)>에서 운영하는 사업이었어. 아트코리아랩의 파트너사가 (주)호텔롯데 롯데월드 였고, 우리는 롯데월드와 협력할 예술기업으로 선정된거지. 우리는 그동안 예술시장의 선순환 및 신진작가 발굴지원을 목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아트에이전시인데, '전시사업 모델을 구체화 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이 사업을 하게 된거야.


대한민국의 중심인 서울 도심 속에서, 하늘(우주)과 가장 가까운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를 컨셉으로 잡았어. 사람과 하늘(우주)을 연결시켜 주는 가교로서 재해석된 서울스카이를 9명의 엘디프 소속작가들의 작품으로 표현하고 전시를 진행할 수 있었어. 엘디프 소속 작가님들 여섯분과 총 5개의 원화를 창작했고, 엘디프가 기존에도 판매하고 있던 에디션들 중에 '우주'라는 컨셉을 담을 수 있는 작품 6가지를 추가적으로 선정해서 총 11점의 작품을 선보였어. 이 11점의 작품은,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있는 우주(하늘)에 내재 된 서울스카이의 꿈과 희망을 표현해 냈다는 평을 받았지. 사진도 첨부해보고, 각 작품들을 구매할 수 있는 링크도 같이 넣어볼게!


* 원화 부문 참여 작가: 조정은&최승윤, 차한별, 김영진, 최윤정, Slowus

* 에디션 부문 참여 작가: 조정은&최승윤, 범초이, 천윤화, 안소현

저작권은 참을 수 없지, 아트상품 개발!

특정 주제에 맞는 작품을 단시간 내에 새로 개발해서 전시하는 것 자체로도 엄청난 집중력과 실행력을 요구하는 일이야. 창작의 영역에서는 스케치를 시작할 수 있는 '영감'이라는 것이 떠오르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인데 그 영감님이 언제 오실지 아무도 모르기도 하고, 실행의 영역에서는 생각지 못한 변수들이 늘 발생하기 때문이지. 그러나 우리는 전시를 무사히 개최하고 성료하는 그 자체로는 절대 만족하지 않지. 저작권만 보면 침 질질 흘리는 애들이거든.


우리 작가님들이 '서울스카이'를 주제로 창작해 낸 작품의 저작권을 제대로 활용해보지도 않고 한 달이라는 짧은 전시로 마감하는 것은 좀 아쉬웠거든. 엘디프는 '예술공정거래 플랫폼'이라는 이름을 갖기 전에 '예술 저작권 에이전시'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었던 적이 있거든. 창업자인 양벼락이가 저작권으로 사업을 하고 싶어서였기 때문인데, 다행히도 저작권을 활용하는 사업을 계속 영위할 수 있게 되어서 이번 기획전에서도 많은 아트상품들을 만들었어. 자 이것도 사진으로 좀 자랑해볼게, 히히.

좋은 아트콜라보레이션이란 무엇인가?

첫째도 둘째도 수익성, "예술과 커머스의 융합"

이 이미지는 우리가 기획전을 마친 후에 그 결과보고의 의미로 참여한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걸렸던 전문이야. 나의 개똥철학을 주절거린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이번 기획전을 통해 엘디프가 무엇을 잘 하려고 했고 그게 어떤 의미인지를 기록하고 싶었는데 쓰다 보니 좀 오글거려지긴 했어.


아트콜라보레이션은 심미성과 신규성을 강조하려다가 감상의 대상으로만 남는 이미지로만 남아버리기도 하고, 실제로 경제적 성과를 기대하기 보다는 '이거는 소모성 홍보비다!'라고 생각하면서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남아버리고 사라지곤 하더라고. 한 상품이나 서비스가 수익까지 창출하는 단계로 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정말 뼈가 저리고 시리게) 잘 알기 때문에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이 이 결과물을 감상하고서 우리 이름을 한 번이라도 듣거나 보는 것 만으로도 좋겠다, 손해 나는 사업일지라도 나중에 다른 프로젝트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라도 남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긴 해, 나도.


그렇지만 아트콜라보레이션은, 특히 기업 간 협력이라면, 늘 커머스를 생각하며 움직여야 한다고 믿어. 전시를 통해 원화를 판매해서 수익을 올리는 것도 좋고 더 많은 관람객이 와서 입장료 수익이 늘어나는 것도 좋지.

종국에는 생명력 있는 지식재산(IP)을 창출해야 한다.

그런데 새로운 지식재산(이상 저작권 혹은 IP라고 표현할게)이 발생한 이상, 이걸 또 가만히 내버려둘 필요도 없어. 아니,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추가적인 수익을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해. 그래야 훌륭한 작품이 한 번 보고 마는 이미지로서 소비되거나 단 한 명의 콜렉터에게 독점 되어 감춰지지 않고 더 강력한 가치를 갖게 되는 거야. 어떤 사람들은 원화는 원화로만 남아야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유명한 작품일 수록 더 많은 콜라보레이션을 하고 더 많은 상품으로 만들어지다 못해 무소부재할 정도로 다양한 영역에서 IP로 재판매 되고 있다는 것은 그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증거라고 생각해. 실제로 내 주변에 잘 되어 가고 있거나 잘되다 잘되다 아주 우주대스타까지 된 여러 작가들을 보면 무수한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작품 IP를 활용하더라고.


내가 경험해 본 바로는 IP의 수익화는 처음 수익이 발생하는 것이 어렵지 한 번 수익이 발생한 IP는 그 수익이 누적될 수록 가속되어서 치고 나가는 경향이 있거든. 그게 다른 기업들이랑 협력하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어렴풋이 상상하면서 '아트콜라보레이션 사업'이라는 걸 분류해보고, 한 번은 LX하우시스랑 상품 개발을 해서 판매해 보기도 하고, 한 번은 롯데월드 화랑에서 전시를 개최해보기도 하고, 한 번은 건국대학교 더클래식500의 달력에 들어갈 작품을 납품해보기도 했지. 그런데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담아본 적이 없어서 '아 뭔가 더 좋은 게 있지 않을까' 목말라 하던 차,


<2023 서울스카이 오픈이노베이션 기획전>을 진행하면서 드디어 생각의 조각들이 모아진 거야. 기왕에 각 영역에서 좀 친다는 기업들이 예술이라는 주제로 협력을 했다면 새로운 예술 IP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계획하고 종국에는 진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생명력 있는 IP를 만들어내야 좋은 아트콜라보레이션이라고, 문장으로 적을 수 있게 되었어.

예술과 커머스가 융합해 생명력 있는 지식재산(IP)을 창출해야 한다.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서 파트너사가 활용할 수 있는 지식재산(IP)으로서의 아트웍을 창조하고 그 IP가 아트웍 판매가의 수배를 넘어서는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좋은 아트콜라보레이션이라고 오글거리게 적어 놓긴 했는데 '엘디프가 그만큼 잘한 아트콜라보레이션이 있나?' 생각해보면 잠깐 주춤하게 되긴 해. 근데 우리 사업 자체가 원화 판매가를 훌쩍 넘어서는 에디션 판매 실적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생명력 있는 지식재산' 만드는 것은 우리 전문 영역이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어.


특히 우리는 이미 유명한 IP에 기대서 돈을 버는 회사가 아니라는 점이 나름 큰 자랑이다! 우리가 다루고 있는 IP 중에 이미 유명한 작가의 IP도 많고 그 IP들이 가져오는 수익이 많은 것은 사실이야. 그런데 우리가 다른 기업과 다른 매출 측면의 특징이 있다면 신진 작가의 IP라도, 아직 대중적으로 공개된 적 없는 신규 IP라도 우리가 봤을 때 가능성 있고 팔릴 것 같아서 수익화 작업에 들어가고 있고 그 중 몇몇은 베스트셀러가 되어서 훌륭한 Cash cow로 작동하게 만들었다는 점이야. (자, 여기까지 읽은 당신이 예술기업과 협력을 고민하고 지금 당장 이메일 주세요! info@L-diff.com)


" 예술과 커머스가 융합해 생명력 있는 지식재산(IP)을 창출해야 한다. "

좀 거창해보여도 엘디프가 나름 잘 하고 있고 앞으로도 잘 할 것 같지 않아?

조정은&최승윤 - 사랑은 은하수를 타고

덕업일치 Issue No.3의 커버로 선보인 사진은 조정은&최승윤 부부 작가의 <사랑은 은하수를 타고>의 IP가 적용된 상품의 디테일 컷이다. 두 작가의 전시는 기회가 될 때마다 꼼꼼히 챙겨보는 1인으로서, 두 작가가 콜라보 작품을 만들기 시작하고 그 작품들로 2인전을 펼치는 것을 보고 적잖이 신선하게 느꼈다. 롯데월드와 협업 기회가 생겼을 때 이 부부작가의 콜라보 작품이 꼭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었는데 그것이 실현되어 더욱 기뻤던 기억이다. 최작가가 캔버스 가득 펼쳐놓은 별빛 가득한 파란 물결을 가르며 조작가는 바나나 우주선을 타고 앞서는 빨간 팬지, 그리고 그 위에 폭신하게 안착하겠다는 마음으로 낙하산을 펼친 듯한 노란색 꼬마 팬지를 그려 완성되었다. 귀여우면서도 강력한 힘이 느껴지는 이 콜라보 작품이 서울스카이 프로젝트에 함께 걸려준 덕분에, 그리고 IP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가진 아트상품을 만들어서 더 완성도 있는 아트콜라보레이션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서 감사한 마음으로 선정해보았다.


작가 노트 - 사랑은 은하수를 타고, 117x91cm(액자 포함: 127x101cm), 2023

우주를 건너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빠른 우주선? 외계인의 기술?

우리가 겪어보지 못한 수많은 변수를 이겨내며

우주를 여행하기 위해 결국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일지도 모른다.

인간은 사랑이 있을 때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줬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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