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 양벼락이야.

하이루? (^ㅡ^)/ 엘덕들아, 마지막편 쓸 때마다 느끼는 건데. 매번 네 편으로 마쳐야지, 다짐하지만 이렇게 초과하게 되더라. 그만큼 박최애와의 대화가 즐거웠던 게 아니었을까!? 생각해봐. 경증 시각장애로 인한 시각의 비범함을 다시점 구도로 표현함으로써 자기만의 색깔을 만들어가고 있는 최애와의 대화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으로 이번 덕터뷰를 마무리편을 적어볼까해. 내가 깨닫는 바가 많았던 대화라 적다보니 좀 오글거리게 되긴 했는데, 나에게 힘이 되었듯 엘덕이들에게도 힘이 되는 내용일 거야. 마지막까지 함께 읽어줘!


<인터뷰를 빙자한 덕질, 덕터뷰> 박노을 마지막편

나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나처럼 좋아해줄 사람들을 확신해요.

최애가 첫 작품을 판매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냐고 물어보면서 들은 대답이야. 


🔵 박최애: 내가 좋다고 생각하는 걸 다른 사람도 그렇게 느낀다는 거, 그리고 이거를 소장하기까지 한 거잖아요? 나는 성공하겠다. 너무 좋아. 이렇게만 하면, 되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죠.


💬 엘덕후: 내가 좋아하는 걸 남들이 좋아해줄 때 뿌듯하다는 거, 저도 비슷한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들을 다른 분들도 좋아할 때 기뻐서 엘디프를 하는 것 같아요.


🔵 박최애: 저는 인디밴드들을 좋아하거든요. 대학원 때부터 작업할 때 인디밴드 노래를 많이 들어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처럼 인디인디 한 그룹도 좋아하고, 10cm도 좋아해요. 사실 그림 분야도 비슷하다고 생각하구요. 완전한 주류로 가는 가수도 있지만, '나만 알고 싶은 아티스트' 이런 느낌으로 가는 가수도 있잖아요. 저는 저 스스로가 인디 쪽이라고 생각하고, 제가 인디 노래를 좋아하듯이 그런 부류의 사람들이 제 그림을 좋아할 거라고 확신을 가졌던 것 같아요. '내가 좋아서 이렇게 그리는 거면, 내가 속한 카테고리에 있는 사람들도 내 그림을 좋아해 줄거야'라고 생각하면서 계속 작업을 했던 것 같아요.


💬 엘덕후: 오... 작가님. 인디 밴드를 좋아하시는 것과, 본인을 미술계 인디 영역에 있는 작가로 정의하시는 부분이 저는 굉장히 인상 깊게 들려요.


🔵 박최애: 네, '전기뱀장어'처럼 엄청 언더는 아니지만 약간 밝은 느낌을 주면서 누구나 좋아하지만 막 열성적으로 빠지지는 않는 그런 정도의 포지션을 제가 추구하고 있어요.


💬 엘덕후: 저는 가끔 제가 어디있는지 모르겠거든요. 그렇게 포지션을 잡으실 수 있으셔서 작가님의 작품이 일관성을 가지고 정체성도 더 확고해지는 것 같아서 부러워요.


🔵 박최애: 대표님은 주류에 계시죠.


💬 엘덕후: 주류가 되고 싶지만 못 되는 중인가요? 하핫. 근데 이런 건 있어요. 저는 제가 비주류를 좋아하기 시작하면 그 비주류가 곧 메이저로 넘어가요. 메이저가 될 인디를 좋아한다고 해야할까요? 혁오 처음 나왔을 때 하루 종일 혁오 노래만 듣고, 선우정아 처음 나왔을 때도 저 혼자 좋아서 듣고 있으면 사람들이 노래 너무 어렵다고 했어요. 근데 결국 자기 색깔을 유지한 채 메이저로 올라가더라구요. '될성 부른 인디'를 좋아한다고 하면 맞을까요? 이게 친구 작가들 응원할 때 좋더라구요!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은 다 성공했어. 그러니까 너도 잘 될거야!"라고 하는거죠. 작가님도 제가 좋아하니까 '될성 부른 인디'인거에요!


🔵 박최애: 앗 그러면 너무 좋겠어요! 대표님, 기획사 '안테나'를 생각해보세요. 안테나도 처음에는 진짜 작은 회사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유재석을! 무려 유재석을 데리고 있잖아요.


💬 엘덕후: 푸하하, 저도 작가님처럼 그렇게 생각해야겠어요.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건 될성 부른 인디들을 좋아하는 거고, 그래서 나랑 있는 사람들은 다 잘될거고, 그럼 나도 잘 될거야! 이렇게요!

인디밴드를 좋아하시나요?

접힌 모서리, 72.7x53cm, acrylic on canvas, 2025

취향이란 건 이상하리만치 일관되어 우리 삶을 가득 채워버리는 것 같아. 검은색 옷을 샀는데 옷장을 열어보니 온통 검은 옷 뿐이라든지, 친구가 좋아할만한 책이라고 생각해서 기분 좋게 책 선물을 했는데 이미 친구가 읽은 책이라든지, 엄마가 만들어 준 순두부찌개가 너무 맛있어서 이 집 저 집 전전하며 순두부찌개를 먹어봐도 엄마가 해준 맛이 안 난다든지 하는 그런 거. 최애와 점심을 함께 먹고, 긴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도 그림이 주는 느낌은 한결 같은 것은 이 사람이 정말 이런 취향의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거겠지, 라는 생각. 그리고 나라는 사람도 계속 이 그림이 좋고 좋아서 전시도 찾아가고, 작품을 같이 하자고 제안하고, 인터뷰를 빙자한 덕질 <덕터뷰>도 하는 거겠지, 라는 생각.


스스로를 인디밴드라고 정의하는 박최애의 작품은, 인디를 좋아하는 엘덕이들에게 그 일관된 취향을 만들어가는 데 일조할거라 믿어. 치즈, 요조, 검정치마, 잔나비... 많고 많은 인디 중에 '박노을'이라는 인디를 선택하는 엘덕이들이 있다면 감히 말하건데 너는 유행을 따르기 보다 스스로의 취향을 믿는 사람일거야. 시각장애가 있어도 미술을 결국 하는 사람, 게으른 성격이라고 하면서도 주짓수 주5회 나가는 사람, 사람들이 잘 모르는 남미로 여행가면서 무계획으로 표 사는 사람처럼 말야.


단기적인 유행을 따르기보다, 시간이 지나도 의미가 남을 취향을 선택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할게. 박노을이라는 인디밴드!

안온한 휴식과 위안의 순간을 건네다 - 이병국 문학평론가

보들레르는 진정한 기억의 소재지는 상상력 외엔 없다고 단언했다. 상상력은 과거의 장면들을 떠오르게 하고 그 장면들에 각각 고유한 생기와 특성을 마술처럼 부여한다. 박노을이 재현하는 소중한 것에 대한 기억 역시 존재의 원형을 상상하며 그것을 생생한 자연의 양태로 제시하는 한편 취약한 우리 삶의 실재와 조응케 한다. 이제 박노을의 그림을 눈에 담으며 소중한 것들이 불러오는 안온한 휴식과 위안의 기억을 통해 고단한 우리의 삶을 위무해 보길 바란다. 


배경 작품정보

나도 나의 마음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53.5x33.6cm, acrylic on canvas,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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