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 양벼락이야.
하이루? (^ㅡ^)/ 엘덕들아, 게으르지만 갓생 살고 있는(?) 우리 최애의 취미는 뭐다? 식물 기르기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냥집사도 되었다! (냥집사에 별표 세 개 치고 가실게여~) 작년에 치매로 세상을 떠난 박최애의 강아지가 무지개 다리 너머에서 우리 주인님 잘하고 있다고 칭찬하고 있을 거 같지?
그렇다면 이번에는, 드디어, 5편에 이르러서야, 마침내, 최애의 작업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게??????????????????? (벼락치기 하려던 건 아니엇숴...)
<인터뷰를 빙자한 덕질, 덕터뷰> 박노을 5편
나의 일상을 담은 그림
대체로 맘에 드는 그림
전 제 그림이 대체적으로 다 좋아요!
💬 엘덕후: 저는 작가님과 이렇게 길게 이야기 하기 전에 그림만 봤을 때는 작가님이 엄청 섬세하고 부드러운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안 부드럽다는 건 아니에여!!) 그런데 주짓수 금메달 땄다고 하셨을 때 1차로 놀랐고, 오늘 작가님과 대화를 나누다보니 삶 자체에 에너지를 빡! 쓰고 지쳐 쓰러져 허덕거리고 그러신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ㅋㅋㅋㅋㅋ 아니 정말 그림만으로는 예측되지 않는 모습이다 싶어요.
🔵 박최애: 하하하하 맞아요. 저라는 사람이랑 그림이랑 다른 부분이 없지 않아 있죠.
(도리도리, 없지 않아 있지 않고, 아주 큰데요 ㅇ_ㅇ?)
🔵 박최애: 그림을 그릴 때 섬세하게 그리는 건 맞아요. 그런데 스케치는 그냥 한 번에 슥슥 해요. 그림의 형태가 어린아이가 그리는 것과 비슷하게 가는 것 같아요. 캔버스에 색연필로 빠르게 그리고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은 물티슈로 닦고. 완벽한 스케치를 하기 보다는 대충 맘에 들면 바로 색칠로 들어가요. 색칠하면서 조금씩 고치는데 그것조차도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아요.
💬 엘덕후: 헉 저는 그림이 엄청 깔끔해서 저는 엄청 고치고 또 고치시는 줄 알았어요.
🔵 박최애: 하하하. 오히려 반대에요. 어떤 분들은 그림이 맘에 안들어서 캔버스 뜯고 새로 작업하기도 하는데, 저는 웬만하면 제가 그린 그림들이 다 맘에 들어요. 너무너무 맘에 드는 작품은 있지만, 너무 마음에 안 드는 건 없어요.
💬 엘덕후: 오, 그럼 혹시 삶에 대한 만족도도 높은 편인가요?
🔵 박최애: 어.. 삶에 대해 쉽게 만족하냐는 질문이시라면, 네 맞아요. 이 정도면 너무 괜찮은 삶이지! 라고 생각하고 살아요. 부럽죠?
나는 늘 나에 대한 기준치가 높아서 스스로를 채찍질 하느라 삶에 만족을 잘 못하는 사람이었는데 최애를 보니 그러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코로나가 한창일 때, 즉 미술 시장이 호황일 때 아이를 낳았는데, 점점 미술 시장이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회사 매출이 낮아질 때 내 탓을 하면서 더 열심히 하지 못하는 환경을 괴로워했거든.
엇, 그런데 박최애는 미술 시장이 호황이었더 코로나 시기가 오히려 잘 안되던 시기였대. 띠용??
불황에도 강한 작품!
🔵 박최애: 저는 첫 작품이 팔린 이후로 2013년, 2014년 계속 작가 생활을 하면서 꾸준히 그림이 잘 팔렸어요. 그런데 코로나 때는 오히려 더 안 좋은거에요. 그 때는 시장이 막 키치하고 쨍한 작품들을 많이 찾았거든요. 사람들이 밖에 가지 못하고 집에만 있다보니 강한 색감, 야외를 그린 그림들이 인기가 많았던 거죠. 그런데 저는 집안의 작은 소품들, 컵, 책, 화병 이런 것들을 그리고 있으니 그림을 거의 못 팔았죠. 저처럼 잔잔한 성향의 작업을 하는 친구들은 그렇게 흥행은 아니었어요.
우오.. 거대한 물결 같았던 미술시장의 호황에도 이런 지류가 있었나봐.
🔵 박최애: 게다가 제가 갑상선암 수술도 했었거든요. 갑상선암 수술을 한 후에 휴식을 꼭 해야하니 작업에 대한 부담감을 좀 내려놓고 중요한 전시에만 집중했죠. 그렇게 쉬다 보니 나 혼자 도태된 것 같고 우울감이 오더라구요. 제 주변 동료들은 그림 잘 팔고 좋은 데서 전시하고 그러는 걸 보다보니 안되겠더라구요. 정신이 안 좋으면 육체라도 건강해야지! 하면서 주5일을 주짓수를 하게 된거에요. 그렇게 2024년 1월에 수술하고, 7월에 주짓수 대회 나가서 금메달 땄어요. 수술 한 거 아물자마자 나갔어요.
💬 엘덕후: 아니 작가님;; 갑상선암 수술한 것도 제가 모르고 있어서 죄송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강행군 뭐에요 ㅋㅋㅋㅋ
🔵 박최애: 그렇게 힘이 다시 모이니까 작업도 다시 하고 남미 여행 가서 30시간 동안 버스타고 그랬죠 뭐 ㅋㅋ 그래서 요즘 불황이라고는 하는데, 저는 오히려 코로나가 풀리면서 저도 같이 괜찮아졌어요. 다시 사람들이 소소한 것들에 관심을 갖고 돌아보는 시기가 되었나봐요. 제 작품이 그런 것들을 그리니까요.
캬, 나는 불황이니까 다들 어렵겠거니 생각했지만 오히려 불황에 빛을 발하는 우리 최애 너무 멋지지 않니? 최애가 소품들을 위주로 그렸다면 이제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고 해. 그 이야기 조금 더 하러 가자!
애써 의미를 찾지 않아도, 91x91cm, acrylic, oil on canvas, 2025
확장되는 외연
지켜가는 안정감
코로나를 겪으며 야외로 확장된 경계
🔵 박최애: 저도 코로나를 겪으면서 작품의 소재가 좀 더 확장된 것 같긴 해요. 코로나가 끝나고 여행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여행에서 봤던 것들, 풍경 위주로 그림을 그리다보면서 늘 실내를 그리던 그림이 바깥을 그리는 그림으로 확장된거죠.
💬 엘덕후: 어 그러게요? 늘 실내에 있는 식탁 위 주전자, 집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듯한 창문, 화병에 꽃혀있는 꽃들이 주로 나왔는데 어느 순간인가 꽃밭이 나오고, 고양이가 나오고, 오리가 나오고, 그랬던 것 같아요!
어떻게 바뀌었는지 함 볼까?
티티카카호수, 130.3X80.3cm, acrylic on canvas, 2025
🔵 박최애: 요새 제가 그리는 걸 보면 풍경 쪽으로 갔다가, 다시 제가 좋아했던 것들을 그리는 것 같기도 해요. 이번에 호아드에서 개인전 준비하면서 제가 원래 좋아하던 소재들을 모아서 나름 구도를 짜서 캔버스 안에 오밀조밀 넣는 방식으로 표현하기도 했어요.
💬 엘덕후: 어 그러게요? 늘 실내에 있는 식탁 위 주전자, 집 안에서 밖을 바라보는 듯한 창문, 화병에 꽃혀있는 꽃들이 주로 나왔는데 어느 순간인가 꽃밭이 나오고, 고양이가 나오고, 오리가 나오고, 그랬던 것 같아요!
어떻게? 이렇게!
5-7, 130.3x97cm, acrylic on canvas, 2025
그래도 일상에 집중하여 지켜가는 안정감
🔵 박최애: 저는 일상 속에서 보이는 걸 그리니까 그림과 제 생활이 아주 밀접하게 연관이 돼요. 여행 가면 여행에서 봤던 것을 그리고, 집에서 생활하면 제 주변에 자주 쓰는 물건들을 그리게 되죠.
아 그럼 작가님은 작품에 어떤 '철학'을 담는다 라는 접근법보다는 내가 그리고 싶은 것, 내가 예뻐하는 것들을 그림에 담는거네요.
🔵 박최애: 맞아요. 그래서 교수님이 '이론적인 것이 너무 없다'고 지적하기도 하셨어요. 제 작업노트가 너무 에세이 같대요. 그런데 그게 맞아요 ㅎㅎ 그냥 제 삶을 캔버스에 옮기는 건데, 그 옮겨 그리는 삶이 너무 보편적인 삶인거죠. 전 그냥 보편적인 사람이고 싶은가봐요. 그래서 누가 봐도 편하고, 어렵지 않고, 그냥 옆에 있는 것들,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흔한 것들을 인상 깊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제가 하고 있나봐요. 그래서 색깔도 튀지 않게 저채도로 하게 되구요.
어릴 때부터 갖게 된 경증 시각장애로 인해 다시점 구도와 저채도 색상으로 사랑하는 것들을 캔버스에 그려가는 우리 최애. 인간은 고난과 시련을 정말 싫어하지만, 또 그게 '나'라는 사람의 묘미를 만들어주는 과정이라는 것이, 마냥 좋아할 수는 없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한약 같아. 우리가 가지고 있는 단점들이나 경험했던 상처들이 남들이랑은 다른 모서리를 만들면서 '나'라는 특이한 모양이 되어가는거지. 좋지만, 안 겪고 싶지만, 없었으면 좋았을 것 같지만, 어쩔 수 없이 또 있음으로 인해 독창적인 무언가가 되는거야. (그래도 싫다 정말)
🔵 박최애: 어쨌든 제가 이렇게 작업을 하면서 남들과 다른 부분이 있는 건 지금와서 보면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눈물 핑)
다시점 구도와 저채도에 대해 설명해주는 최애
안온한 휴식과 위안의 순간을 건네다 - 이병국 문학평론가
이번 전시에서 박노을은 언제나처럼 존재의 자리를 마련하고자 테이블 한쪽에 의자를 배치하고 차 한 잔을 내어주거나 숲의 가장자리에 돗자리를 펼쳐 둔다. 그리하여 치열한 삶의 매 순간 긴장 상태에 있는 존재를 위로하고 감싸주는 친밀한 위안의 양태로 머물 수 있도록 휴지(休止)의 장소를 우리에게 건넨다. 박노을의 이러한 회화적 공간 배치는 세계를 재현하는 방식이 작가의 무의식적 층위에서 어떻게 수렴되어 표출되는지를 알려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그것은 무엇으로도 확정될 수 없는 존재의 불안을 굴절시켜 현실에 있을 법하면서도 일상의 층위에서 빗겨나 있는 미학적인 공간으로 형상화된다. 이때 우리는 우리의 무의식에 잠재되어 있는 유년의 기억 혹은 원형적 심상을 들여다보게 되는데 이는 부재의 방식으로 실재를 사유하게 만드는 데 기여한다. 이를 파악하기 위해 <저마다의 내밀함>을 먼저 살펴보자. 깊숙한 질감의 숲속 풍경은 거대한 군락으로 앞이 가로막혀 있다. 마치 허락되지 않은 존재의 진입을 거부하는 것처럼 보이는 세 겹의 단단한 외피는 공간이 스스로를 지키려는 안간힘처럼 여겨진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로 인해 내밀한 안쪽은 그 무엇으로부터도 위협받지 않을 안전한 장소가 되어 참새와 오리, 병아리, 고양이가 평화롭게 머물 수 있고 기러기의 날갯짓이 어디로든 향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충만하다. 하지만 펼쳐진 돗자리에 앉아 있을 법한 존재가 부재한 상황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그곳은 작가 혹은 인간을 위한 자리처럼 보인다. 허나 그는 <5-7>에서처럼 거대한 극락조화 잎 뒤에 은폐되어 있다. 우리의 시선을 거부하는 그는 외적 존재를 위한 물조리개를 들고 있을 뿐 자연의 부분으로 속해 있으면서 가시화되는 것에 대한 불안을 느끼는 것만 같다. 이는 안온하고 안전한 위치에 머물고자 하는 마음의 발현이겠으나 역설적으로 존재의 취약성이라는 삶의 실재에 우리를 가까이 다가가게 한다. 다행인 것은 그가 들고 있는 물조리개로 인해 자연의 풍요가 유지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를 전유해 여기서 하나의 질문을 던지자면 박노을이 자연을 매개로 한 원형적 심상을 통해 무엇을 전하고자 하는가이다. 이에 대한 대답을 나름대로 하자면 그것은 아마도 <사라지기 전에>에서 형상화된 바와 같이 ‘사라지기 전에’ 기록해두어야 할 시간을 영속시키고자 하는 의지일 것이다. 이는 군락을 이루어 고래를 품고 있는 산호의 환상성과 결을 같이 하면서 다채로운 과실의 풍요와 수풀 속에 몸을 숨긴 채 우리를 응시하는 고양이의 시선 또는 제각각의 형태로 포개어진 그릇과 마주하는 존재의 감각과 이에 감응하는 삶의 소중한 순간으로 포착되어 존재론적 불안을 보듬으려는 작가의 미학적 정동과 그것의 구체적 반영태로 우리 앞에 가시화된다.
배경 작품정보
좋아하는 것들을 가까이에 두는 일2, 112.1x145.5cm, acrylic on canvas, 2025
More Intervi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