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 양벼락이야.

하이루? (^ㅡ^)/ 엘덕들아, 지난 1편에서 맑은 웃음의 썸네일 보고 들어왔다가 하드코어 남미 여행, 주짓수 챔피언 이런 이야기 하게 될 줄 몰랐지? 이제 시작할 2편에서는 박최애가 어떻게 미술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전업작가가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게 될 거야. 누군가에게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야기가 될 거고, 누군가에게는 지금의 어려움을 이겨나갈 힘이 되어줄 거라 믿어.


자, 시작해볼까?


<인터뷰를 빙자한 덕질, 덕터뷰> 박노을 2편

시각장애가 나에게 남긴 것

선천적 백내장과 다시점 화면 구성

💬 엘덕후: 작가님은 어렸을 때부터 미술을 하셨나요?

 

🔵 박최애: 음~ 저 초등학교 졸업 앨범에 보면 장래희망에 미술가로 되어 있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선천성 백내장이거든요. 그래서 경증 시각장애인이에요.


띠용? 이렇게나 미술을 잘 하고 계시는데 시각 장애가 웬말이냐...?


🔵 박최애: 태어날 때부터 왼쪽 눈에 막이 씌워져 있었고 그걸 수술하는데 시신경이 손상되었다고 해요. 어릴 때는 눈이 완전 사시처럼 쏠렸었어요. 그래서 중학교 때까지 계속 병원다니면서 치료받고 해서 왼쪽 눈 시선이 오른쪽 눈을 좀 따라가긴 하지만 아직도 초점이 잘 맞지는 않아요.


우리 최애를 직접 만나게 될 엘덕이들은 이 말씀 기억해놓쟈!


🔵 박최애: 그래서 초등학교부터 사춘기까지 조금 힘들었어요. 저는 친구를 보면서 이야기하는데 친구가 '너 나 보고 얘기하는 거 맞아?' 라고 하면 너무 상처인거에요. 그러면 마음의 문을 닫고 말을 안 했어요. 그렇게 소통의 어려움이 생겨났었어요. 그래서 집에 있는걸 좋아하고, 집 안에 주로 있는 사물들, 책, 컵, 화병 이런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거죠.


💬 엘덕후: 아 그래서 그림에 그런 작은 소품들이 많이 나오는거군요. 그런데 작가님, 초점이 잘 안 맞아서 그림 그리기 어려우셨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하셨어요?


🔵 박최애: 그래서 제 그림은 다 원근감이 없어요. 색종이 오려낸 것처럼 면분화를 해놔요. 같은 화면에 그려놓은 사물들도 어떤 사물은 위에서 쳐다보는 듯 그렸지만 어떤 사물은 정면에서 그린 것처럼 시점이 안 맞는 것들이 함께 있어요. 다시점으로 작업하게 되는거죠.

온전히 현재에 존재하는 것, 45.5x45.5cm, acrylic on canvas, 2025

이 작품을 보면 컵과 책이 같은 선상에 놓여 있는데도 컵은 윗부분까지 그려져있는데 책은 정면만 보이지? 박최애는 시각에 어려움이 있지만, 오히려 시각장애로 인해 보이는 그 모습을 그대로 화면에 옮긴대. 그림자도 없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원근법적인 표현도 적기 때문에 최애의 작품은 오히려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특징을 가지게 된 것 같아. 때마침 제목도 <온전히 현재에 존재하는 것>이네? 최애의 눈을 통해 들어오는 현재는 이런 모습인건가봐.


🔵 박최애: 그래서 꿈은 미술가였지만 미술을 제가 전공으로 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고, 포기를 일찍 했죠. 뭘 해야하나? 고민만 하다가 고등학생이 되었어요.


엇, 여기여기, 기시감이 든다! 덕터뷰를 거쳐갔던 김재현 작가, 최승윤 작가, 조정은 작가... 고3때 그림 그리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누가봐도 화가로 사는 작가들말야!

하여간 교회 오빠들이 문제다.

교회 오빠 덕에 인생 바뀐 사람들

🔵 박최애: 고3 때였어요. 옆집에 사는 교회 다니는 오빠가 홍대 목조형 가구학과를 다녔었는데 어느 날 '나 알바로 미술강사 자리 구하러 면접 갈건데 심심하면 너도 같이 갈래?'라고 하는거에요. 그렇게 같이 미술학원에 갔고, 오빠가 면접 보는 동안 저는 원장님의 배려로 그림을 그려볼 수 있게 됐죠.


그러니까 교회 오빠들은 늘 조심해야해. (은 나, 교회오빠랑 결혼한 사람)


🔵 박최애: 원장 선생님께서 미술학원 그냥 다녀볼래? 라고 제안을 주셔서 한 달을 그냥 다녀봤어요. 그 때 기회를 주신 덕분에 미술이란 걸 처음으로 시작해봤어요.


💬 엘덕후: 허어어어- 아무리 재능이 있었어도 시각에 어려움도 있으셨고, 고3 때 처음으로 그림이란 걸 그렸으면 엄청 늦게 시작하신건데 입시는 어떻게 해결하셨어요??


🔵 박최애: 대학교마다 입시를 보는 석고상 종류가 있어요. 저는 딱 기본 석고 4가지밖에 못하는 아이였구요. 게다가 소묘밖에 못했어요. 그래서 기본 석고 4개를 소묘로 평가하는 학교로만 추리고 추려서 입시를 준비했죠. 그렇게 해서 강릉대학교를 가게 된거죠.


💬 엘덕후: (내표정 ㅇㅁㅇ????) 강릉이란 도시에 연고가 있으셨어요?


🔵 박최애: 완전히 모르는 도시였죠. 딴 곳은 다 떨어졌고 강릉대만 붙어서 거기 가서 대학 생활을 했죠. 김포에서 강릉까지 가려면 6시간이 걸렸어요. 그래서 본가에는 한 학기에 한 번 정도 올라갔었어요 ㅎㅎㅎㅎㅎ


어린 나이인데도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내는 이 사람 보면서, 괜히 주짓수 하는 게 아니다 싶었다.

돈이 부족해? 그럼 전액장학생을 하겠어!

환경이 어떻든지 간에 하고 싶은 걸 위해서는 방법을 찾아내는 박최애! (의 식사는 우육탕면)

🔵 박최애: 제가 미술을 한다고 하니 부모님께선 '너가 하고 싶으면 하지만, 우리는 지원을 해줄 여력이 없어'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그럼 그냥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말씀드리고 학자금 대출 받아서 학교 생활을 했죠. 또 학교에서 하는 알바 같은게 있어서 그걸 신청했어요.


그 알바는 바로 근로장학생!


🔵 박최애: 그런데 알바를 하다보니까 수업을 제대로 못 나가는거에요. 그래서 학점이 막 2.4~2.7 이렇게 나왔었거든요. 

 

💬 엘덕후: 아이고 우리 작가님.....


🔵 박최애: 그런데 3학년이 돼서 생각해보니 이건 그닥 좋은 방법이 아닌 것 같은거에요. 그래서 전액 장학금을 받았어요.


💬 엘덕후: 작가님 지금 장학금을 너무 쉽게 말씀하셨는데, 장학금이랑 근로장학생은 별개 아닌가요? 장학금도 따고 근로장학생도 하셨다는 말씀이세요?

 

🔵 박최애: 네, 별개죠. 거기는 국립대여서 학비가 엄청 비싸지는 않지만 어쨌든 전액 장학생이 되려고 열심히 공부했죠. 그래서 2년 동안 4.4~4.5점을 받았어요. 전액장학금을 받으려면 경쟁자가 없어야하니까 그냥 만점 받으려고 했죠. 그렇게 남은 2년 동안 전액 장학금을 받고, 근로장학생으로 지내면서 생활비를 충당했어요. 그렇지만 초반에 너무 학점을 못 받아서 졸업할 때 평균 학점은 3.8밖에 안됐어요 ㅎㅎㅎ

 

💬 엘덕후: 우리 작가님은 목표를 세우고, 강행하고, 그 과정을 꾸준히 하는 것 자체를 잘 하시네요.


🔵 박최애: 네, 힘들어도 그냥 하는 편인 것 같아요. '야, 남들 다 힘들어! 그냥 해!' 이러는거죠 ㅎㅎㅎ 그치만 주짓수는 정말 재밌어서 하는거에요. (그렇게 주짓수가 다시 고개를 들고...)

박노을의 작가노트

나의 작업에서 일상의 사물과 풍경은 단순한 재현의 대상이 아니라 경험과 기억을 매개로 재구성된 시각적 기호로 작용한다. 사물은 고정된 의미를 갖기보다 관찰행위를 통해 끊임없이 해석이 갱신되는 존재이며 이러한 관계적 인식이 작업의 구조와 방향을 형성한다. 초기 작업은 집이라는 사적 공간에서 출발했다. 단안적 시지에서 비롯된 공간 지각의 차이는 일상에서 지속적인 괴리감을 만들어냈고 이러한 감각적 불일치는 사회적 상황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졌다. 이 불안은 자아가 형성되는 어린 시절 타인과 관계를 맺는 과정에 어려움을 남겼으며 자연스럽게 외부 세계와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그 결과 관심은 집 안의 사물들로 향하게 되었고 사물은 나에게 안정감을 주는 주요한 관찰의 대상이자 내적 세계를 구성하는 중심 요소가 되었다.


화면 속 사물들은 시간이 지나며 정적인 위치를 벗어나 유기적 형태와 움직임을 띠기 시작했고 이는 사물에 대한 관찰이 단순한 재현을 넘어 관계적 인식을 중심으로 전개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사물 가운데 특히 화분 속 식물이나 컵, 주전자와 같은 대상들은 무엇인가를 담아낼 때에만 존재가 분명해지는 수동적 사물들이다. 나는 이 수동적 사물들에 타인과의 관계에서 겪었던 거리감, 안정에 대한 욕구, 외부 세계와의 접촉을 조절하고자 했던 태도 등을 투영해 왔다. 사물은 말로 설명되지 않는 내적 경험을 대신 드러내는 매개가 되었고 화면에서는 이러한 감정 구조가 다시점 구도와 낮은 채도, 배치의 간격 등 구체적인 시각 요소로 전환되었다. 이를 통해 사물은 단순한 객체가 아니라 내적 상태를 확인하고 세계와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조형적 장치로 자리 잡게 되었다.


배경 작품정보

관계맺기1, 100x50cm, acrylic on canvas,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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