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 양벼락이야.
하이루? (^ㅡ^)/ 엘덕들아,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든 존재들은 인간이겠지? 인간이 다른 동물들에 비해 얼마나 느리게 성장하는지 우리 존재의 시작을 다시 생각해보자.
인간 외의 수많은 동물은 야생에서 빠르게 살아남기 위해 태어나자마자 일어서 달리고, 불과 몇 주 만에 날갯짓을 익혀 둥지를 떠나곤 해. 하지만 사람은 참 느려. 오랫동안 곁에서의 다정한 보살핌이 필요하기에 홀로는 한없이 취약하지만, 임솔지 작가는 바로 그 느린 시간 속에서 무한한 성장의 가능성을 발견했다고 해.
<인터뷰를 빙자한 덕질, 덕터뷰> 임솔지 마지막편
세상이 다시 반짝이기 시작했다.
🔴 임솔지: 사람은 느린만큼 성장의 가능성이 큰것 같아요. 인간 외 동물들은 야생으로 빠르게 나가기 위해 태어나자마자 일어나 뛰고 몇주만에 날개짓을 배워 둥지를 떠나 세상으로 나오잖아요. 인간은 오랫동안 보살핌이 필요하기 때문에 야생에서는 취약하지만 그만큼 천천히 많은 것을 보고 모방해 배우더라구요. 아기가 슈퍼맨자세를 엉엉 울면서도 계속 도전하고 한 발 걸어보겠다고 넘어져도 벌떡 일어나는걸 보면서 우리 모두 이렇게 열정적이던 시기가 있었겠구나 싶고 그 작은 존재들에게 경외감을 느꼈습니다.
또 세상이 달라 보인다는 게 어떤 말인지 알겠더라구요. 여행한다고 놀러 가도 뭔가 마음의 공허함이 있었는데요.(그 당시엔 그 감정이 공허함인지 몰랐어요.) 아기를 낳고 아기의 시선으로 함께 바라보니 모든 것이 새로워 보이며 공허함이 채워지더라구요. 예를 들어 데이트 하러 많이 갔던 과천대 공원에 아기랑 처음 갔을 때 주구장창 봐왔던 동물들의 모습이 색다르게 보였고 어쩌면 유치할 수도 있는 인형극을 봐도 아이가 집중하는 모습과 함께 보니 너무 즐거웠어요. 어른이 된 입장에서 다시 아기로 돌아가 아기의 입장, 부모의 입장을 다 겪을 수 있다는 것이 생각보다 엄청난 축복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가장 안전한 쉼터의
가장 다정한 회복
어릴 적 목제 침대 밑에서 일렁이던 빛을 잊지 않고 캔버스 위에 짙푸른 밤의 숲을 세웠던 임솔지 작가. 100%의 완벽함에 얽매이지 않고 "내 최선이 70%라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괜찮다"며 삶의 파도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던 그 태도는, 아이를 품에 안은 뒤 또 한 번 아름다운 확장을 결국 이루어낸 것 같아.
대형 캔버스 유화에서 손바닥만 한 코튼 페이퍼(종이) 아크릴 연작으로 이어진 작업의 변화는 물리적 환경 앞에서의 타협이 결코 아니야. 오히려 일상의 찰나 속에 깃든 숨결과 온기를 놓치지 않고 포착해 내며 한층 더 단단해진 예술적 도약이자 세계관의 완성이라고 봐야해. 그렇기에 임솔지 작가의 이 다정한 원화를 내 공간에 들이는 것은, 단순히 한 점의 그림을 거는 것을 넘어 매일 쫓기듯 숨 가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가장 안전한 쉼터'를 선물하는 일과 같지 않을까.
경쟁과 속도에 치여 나를 잃어버릴 것 같은 날, 내 방 벽면에 걸린 작고 따스한 이 그림을 가만히 응시해 보자. 넘어지면서도 다시 일어서던 우리 모두의 순수했던 용기가, 잊고 지냈던 유년의 따뜻한 빛이 조용히 번져 나와 당신의 지친 마음을 둥글고 단단하게 어루만져 줄 테니까.
인터뷰를 빙자한 덕질, 덕터뷰 - 임솔지 편, 끝.
임솔지의 작업노트
7살 무렵 모두 잠든 고요함 속.
엄마 품에서 나 홀로 잠 못 이루던 어느 날 밤.
이리저리 뒤척이다 졸린 눈길이 닿은 곳은 오래된 목제 침대 아래였다.
나는 그 곳에서 영롱한 빛들이 뭉글뭉글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태어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고, 마치 처음부터 내 것이었다는 듯이 친근했으며, 세상의 모든 색들이 발현한 듯 아름다웠다.
잠든 엄마의 곤한 숨소리에 맞춰 춤을 추듯 빛나는 선명한 빛들에 마음이 빼앗겨 넋을 놓고 한참을 바라보았던 것 같다.
그 움직임이 너무나도 생생해서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또 볼 수 있으리라 확신을 갖고 잠들었지만, 나는 그것을 영영 볼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기억의 조각이다.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건, 그것이 꿈이었든 나의 상상이었든 우리가 상식적으로 이해하지 못할 무언가가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잊어버려야 할지, 아닌 일로 치부할지는 온전히 어른이 된 나의 몫이다.
다행히도, 나는 그 기억을 잃어버리지 않았다.
기억은 여전히 내 안에 머물러 있고, 나의 세계를 펼쳐주는 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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