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 양벼락이야.
하이루? (^ㅡ^)/ 엘덕들아, 우리는 살면서 언제나 ‘100점짜리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곤 해. 남들보다 더 치열해야 하고, 더 완벽해야만 비로소 인정받는 세상 같잖아.
하지만 나를 몰아세우며 100%를 채우려 애쓰기보다, “내 최선이 70%라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괜찮다~”라며 스스로의 한계를 다정하게 인정해 주는 사람을 보면 왠지 모르게 굳어있던 어깨에 힘이 스르륵 풀리곤 하지. 우리 임솔지 작가가 바로 그런 사람이야. 10년의 연애 끝에 결혼하고, 친구와 말을 트는 데만 4년이 걸릴 정도로 사람과의 관계를 묵묵하고 깊게 이어가는 사람이지. 덤벙대고 실수가 잦은 스스로를 다그치는 대신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지~”라며 삶의 파도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자세, 정말 배우고 싶지 않아?
<인터뷰를 빙자한 덕질, 덕터뷰> 임솔지 3편
나는 나의 한계를 인정한다.
최선을 다해도 70%만 발휘되었던 콩쿠르의 경험
💬 엘덕후: 작업 이야기, 육아 이야기를 엄청 길게 했는데요, 이번엔 작가님의 작품 이전에 '인간 임솔지'에 대해 여쭤보고 싶어요. (늦었지만) 자기 소개를 부탁드려요!
🔴 임솔지: 단순하게 MBTI로 저를 소개하자면 INFJ예요. NF는 상황에 따라 왔다 갔다 하지만 IN 성향은 거의 100%에 가깝죠. 사람과 친해지는 데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는 편이라, 대학교 동기인 슬기 작가님에게 말을 놓기까지 무려 4년이나 걸렸답니다. 남편과도 10년 연애 끝에 결혼했고요. 친구도 고등학교, 대학교 친구들이 전부지만, 대신 이 적은 친구들이 제 인생의 소중한 최고의 친구들이에요.
한 번도 붓을 놓은 적 없다고 한 임솔지 작가는 의외로 '나는 열심히 사는 편은 아니다'라고 말하더라고.
🔴 임솔지: 저는 제 한계를 인정하고, 솔직히 엄청 열심히 치열하게 사는 편은 아닙니다. 어릴 적 피아노 학원에서 나가는 콩쿠르 대회가 있었는데, 나름 욕심이 있어서 정말 열심히 준비했거든요? 그런데 아무리 연습해도 틀리는 부분이 절대 안 고쳐지더라고요. 설상가상으로 대회 날 너무 떨어서 엄청 틀려 먹고 참가만 하면 다 주는 상인데도 동생보다 낮은 상을 받았습니다(웃음).
좋아하는 일이라도 나름 최선을 다했을 때 70% 정도밖에 이루지 못한다는 걸 깨달은 뒤로는, ‘열심히 해서 100%가 안 됐어도 나는 최선을 다했으니까 됐다~’ 하고 살고 있어요. 피아노는 실력이 없어도 연습하면 어느 정도 쳐지는 게 재밌어서, 쳐보고 싶은 곡이 생기면 기회 될 때마다 서툴게 뚱땅거려 보곤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워낙 덤벙대고 실수가 많은 편이라 일상에서 작은 사고가 일어나도 스트레스받기보다는 ‘어떻게 대처할까’를 먼저 고민합니다. 내 생각과 다른 일이 벌어져도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다~’ 하고 받아들이며 살고 있어요!
완벽하지 않아도 뚱땅거리며 피아노 건반을 누르는 마음처럼, 실패와 실수를 유연하게 품어내는 우리 임작가님. 100%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대신 "내 선에서 최선을 다했으니 됐다~"라며 스스로를 다독일 줄 아는 작가님의 단단한 태도가 참 담백하고 멋지지 않니? 이렇게 단순하고도 우직한 성향은 작가님이 ‘그림’이라는 평생의 길을 걸어오는 과정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해.
중학생 때 적었던 '10년 후 나의 모습'
💬 엘덕후: 어머니께서 미술학원을 운영하셨다고 들었어요. 평생을 미술과 함께하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전업 화가의 길을 걷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 임솔지: 제가 하나를 시작하면 단순하게 그것 하나에만 몰두하는 성격이에요. 그림도 엄마를 보고 그리다가 막연하게 아무것도 모른 채 '화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졌죠. 대학을 졸업한 뒤 낮에는 미술학원에서 일하고 밤에는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러다 친구와 첫 전시를 열기 위해 작업실을 구했고, 아르바이트를 3개씩 쪼개어 뛰면서 밤마다 그림을 그렸어요. 공모전에도 쉬지 않고 이력서를 냈고요. 그렇게 하루하루 그리다 보니 지금까지 흘러왔네요. 저에게 화가란 꿈이자 당연함이었습니다.
중학교 때 ‘10년 후 내 모습’을 써보는 수업이 있었어요. 그때 제가 ‘눈이 많이 오던 추운 겨울날, 작업실에서 밤늦게까지 그림을 그리고 하얀 눈길을 밟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모습’을 적었거든요.
그리고 2019년 겨울, 폭설이 펑펑 쏟아지던 어느 날 밤이었어요. 작업실에서 나와 발자국을 남기며 집으로 향하는데 문득 중학생 때 썼던 그 글이 생생하게 떠오르더라고요. ‘아, 내가 진짜 꿈을 이루긴 했구나’ 싶었죠. 지금 제 꿈은 아주 소박해요.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서도 작은 공간에서 나만의 것을 조용히 창작하는 것입니다.
중학교 시절 꿈꾸었던 새하얀 눈길 위의 밤을 그대로 살아낸 작가님. 거창한 명예나 성공보다 "할머니가 되어서도 내 공간에서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그 담담한 다짐이 마음에 묵직하게 내려앉았어. 그렇다면 매일 육아와 작업을 병행하느라 1분 1초가 소중한 작가님은 요즘 어떤 소소한 일탈로 숨을 고르고 계실까?
🔴 임솔지: 한동안 아기를 키우느라 취미를 가질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요. 최근에는 남편의 도움을 빌려 관심 가는 영화를 챙겨보고 있어요. 결혼 전보다 오히려 요즘 영화관에 더 자주 가는 것 같습니다. 최근엔 <토이스토리>와 <오디세이>를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고등학생 때는 노래를 달고 살았는데, 쇼츠 같은 영상 플랫폼이 주가 되면서 지난 10년 동안은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들은 기억이 거의 없더라고요. 그런데 며칠 전 영화관 가는 길에 오랜만에 이어폰으로 음악만 오롯이 들으며 걸어가는데 기분이 정말 너무 좋았어요. 비록 매일 누릴 수 있는 취미는 아니지만요(웃음).
임솔지의 작업과정
숲시리즈는 유채 물감을 사용하여 작업하고 있습니다. 생각이 날 때마다 종이나 아이패드에 드로잉을 한 후 마음에 드는 스케치를 캔버스에 옮겨 그립니다. 물감을2~3번 정도 색을 쌓은 후 세밀하게 묘사를 들어갑니다. 한눈에 봤을 때 색이 어우러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식물의 색을 정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입니다. 스케치된 작품을 오랫동안 바라보다 보면 전체적인 분위기가 떠오르는데 그때 채색을 들어갑니다. 색을 쌓는 과정은 원색을 먼저 올린 후 분위기에 맞춰 명도 채도를 조절하여 한 번 더 쌓아 줍니다. 붓 터치 자국이 남아있거나 얼룩덜룩하게 칠해진 경우 마른 후 한 번 더 올리며 정리해 줍니다. 묘사는 밝은 곳을 찾아 포인트를 주며 식물의 무늬를 넣어주는 것으로 마무리를 합니다.
집시리즈는 스케치작업을 간단히 한 후 캔버스에 물감으로 바로 선을 땁니다. 숲시리즈와는 달리 작은 터치감을 내기때문에 기법이 달라집니다. 색감을 내기 위해 마르고 바르는 작업을 3-4회정도 진행한 후 디테일 작업을 들어가는데, 세필 붓을 이용해 문양을 넣거나 작은 그림들을 그려 완성합니다.
새 시리즈를 시작하게 되면서 종이에 아크릴, 색연필 등의 재료를 사용해 작은 사이즈로 그리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조금 더 단순한 방향으로 그림을 그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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