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 양벼락이야.
하이루? (^ㅡ^)/ 엘덕들아, 1편에선 임솔지 작가가 출산을 하면서 새로 선보인 신작에 대한 이야기를 했어. 작고 부드러운 아이처럼 코튼페이퍼에 그린 작은 작품이지. 그렇다면 우리는 솔지 작가가 변화하기 전의 모습도 궁금해지겠지? 이번 편에서는 솔지 작가님의 시그니처, '집 시리즈'에 대해 이야기해볼거야.
어릴 적 불 꺼진 방, 침대 밑이나 벽장 속을 가만히 들여다본 적 있어? 어른들의 눈에는 그저 먼지 쌓인 캄캄한 틈새일 뿐이지만, 아이들의 눈에는 온갖 미지의 세계와 알 수 없는 빛들이 꿈틀거리는 가장 거대한 상상의 우주였잖아. 하지만 우리는 자라면서 ‘말이 안 된다’는 이유로, 혹은 ‘비현실적이다’라는 핑계로 그 반짝이던 기억들을 시시한 착각으로 치부해버리곤 하지. 그런데 임작가는 어릴 적 침대 밑에서 마주했던 그 형형색색의 일렁이는 빛을 잊지 않고, 어른이 된 지금까지 평생의 화폭에 담아내. 어둠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솔직한 감각과 꿈이 피어나는 은신처로 바꾸어 놓는거지.
<인터뷰를 빙자한 덕질, 덕터뷰> 임솔지 2편
어릴 적 어두운 밤
침대 밑에서 본 빛
어둠 속에서 피어나는 임솔지의 ‘midnight’
💬 엘덕후: 작가님의 시그니처인 〈midnight〉 시리즈를 보면 제목처럼 모두 밤이 배경이에요. 그러나 어둡기만 한 것이 아니고 은은하게 빛나는 불빛, 눈이 반짝이는 토끼가 등장하잖아요. 왜 밤이라는 시간과 공간을 택하셨는지, 토끼는 어떻게 등장했는지, 그리고 그 안에 왜 불빛이 늘 존재하는지 궁금해요.
🔴 임솔지: 어린 시절 밤은 저에게 편안함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요한 밤의 소중함을 느꼈던 것 같아요. 잠들기 전에는 희안하게 집중이 잘 돼서 사부작거리며 뭔가를 만들거나 책을 읽을 읽느라 새벽까지 혼자 놀았거든요. 그 때 나만의 시간이 즐거웠던 기억이 힘들었던 기억보다 더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그래서 밤이라는 주제를 선택한 것 같아요. 토끼는.... 우선 밤에 어울리는 동물을 간추려 봤을 때 토끼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 동물이긴 해요. 밤에는 천적을 피해 숨어서 잠을 자니까요. 그렇지만 우리는 밤에 뜨는 보름달에서 방아 찧는 토끼를 찾아 내기도 하죠. 그래서 나름대로 밤에 어울리는 동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밤을 배경으로 아이 같은 이미지의 하얀 토끼가 숲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는 모습이 재밌다고 생각했죠.
💬 엘덕후: 그런데 작가노트를 보니까... '침대 밑의 빛'을 본 적이 있으시고 그것이 작업의 큰 모티브가 되었네요. 우왓 이것은 무슨 이야기인가요!?
🔴 임솔지: 저의 세계를 열어준 가장 강렬한 기억은 어릴 적 어느 날 밤, 목제 침대 밑에서 봤던 형형색색의 빛이었어요. 캄캄한 어둠 속에서 살아 숨 쉬듯 빛들이 피어났다가, 일렁이며 사라짐을 반복하던 그 형상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것이 꿈이었든, 어린 날의 상상이었든 간에 누구에게나 마음속에 상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분명 존재한다고 믿어요. 그걸 잊어버리거나 별것 아닌 일로 치부할지는 온전히 어른이 된 나의 몫이지만, 다행히 저는 그 기억을 버리지 않고 간직해 왔습니다. 그날의 기억은 여전히 제 마음속에 머물러 있고, 저는 그날 보았던 빛을 캔버스에 담으며 지금을 살아가고 있어요.
어른이 되면서 사라져버리기 쉬운 순수한 환상의 편린을 평생의 나침반으로 품어온 우리 최애. 작가님에게 ‘밤’과 ‘어둠’은 고립이나 공포가 아니라, 진짜 나를 품어주는 가장 따뜻한 도피처였던 거야. 그렇게 캔버스 위에 겹겹이 쌓아 올린 짙푸른 밤하늘, 숲길을 비추는 작은 등불, 그리고 그 곁을 지키는 존재들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어릴 적 잊고 지냈던 나만의 비밀 아지트를 다시 떠올리게 만들어.
귀엽게 더 귀엽게, 밤토끼의 변신!
💬 엘덕후: 제가 작가님을 처음 뵈었을 때는 집 시리즈와 숲 시리즈를 모두 그리실 때였던 것 같아요. 숲시리즈의 경우 숲의 색상의 채도가 굉장히 높았다가 어느 순간 파스텔톤으로 많이 그리셨죠. 토끼의 생김새도 많이 달라져서 사실적인 토끼에서 조금 더 귀엽고 캐릭터적인 토끼로 변화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작품에서 사용하시는 색상과 토끼의 모습이 바뀌게 된 이유가 있나요?
🔴 임솔지: 토끼는 사실 처음 그릴 때 이미지 참고를 하느라 사실적으로 그려졌던 게 큽니다ㅎㅎㅎ 토끼 형태가 손에 익으면서 점점 제가 생각하는 어린 모습으로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색감 같은 경우에도 초반에는 전체적으로 어우러지는 걸 먼저 생각했구요. 그림을 그리다 보니 어떤 색이 얼마나 들어가고 그 비율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지는 게 재밌더라구요. 예를 들어서 A, B 캔버스에 똑같이 핑크와 노랑이 들어간다고 했을 때 A는 핑크의 비율이 높고 B는 노랑의 비율이 높다면 A는 꽃이 거의 다 피어난 싱그럽고 도 발랄함이 느껴지고 B는 아기자기하면서도 발그레한 아기 볼 같은 느낌처럼요. 이렇게 작업을 하며 색에 대해 계속 생각하다 보니 점점 밝아지며 파스텔톤으로 바뀐 부분이 있습니다.
💬 엘덕후: 혹시 토끼 이름도 있나요?
🔴 임솔지: 많은 분들이 이름을 물어보시더라구요! 지어볼까 했는데 이름을 짓는 순간 토끼의 존재를 규정지어 버리는 것 같아서 말씀해 주신 방향으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저는 제 관점으로 토끼를 그리고 있긴 하지만 감상자의 입장에서는 작가의 모습이 아닌 나 자신을 대입해 집중하시길 바라는 마음이 있어요.
여자아이의 등장이 의미하는 바는?
💬 엘덕후: 그런데 요즘 시리즈에는 여자아이도 새로 등장하게 되었어요! 이 여자아이의 등장은 무엇을 뜻할까요?
🔴 임솔지: 토끼가 어린 시절을 함축적으로 나타낸 모습이라면 여자아이는 직접적으로 제가 등장해 과거의 시절과 만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토끼를 기대고 있다던가 토끼와 함께 있는 모습들을 주로 그렸어요. 최근 아이만 등장한 집 시리즈는 그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완성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집 시리즈
💬 엘덕후: 10호 기준으로, 한 작품을 완성하시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되나요?
🔴 임솔지: 숲 그림 기준으로 색을 올리고 말리는 과정 때문에 한번 작업할 때 두 새개의 그림을 돌아가며 작업해요. 그중에 하나 꽂혀서 열심히 그린게 빠르면 일주일 보통 이주정도면 끝납니다. 집 그림의 경우는 색 넣는 고민이 길기도 하고 그림 조각이 작아서 대략 3-4주 정도 걸리는 것 같아요!
임솔지의 작가노트
밤이 오면 시각적 제한에 갇혀있던 모든 감각이 조금씩 고개를 든다.
어둠 속 예민한 감각은 상황에 따라 나를 품어줄 때도 있고 깊은 우울감을 줄 때도 있다.
속에 있던 수많은 감정은 고요한 적막 안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며 잠재되어 있던 나의 새로운 모습을 끌어올리고,
내 모습에 깊게 집중하는 순간 꿈과현실의 경계에서 내 안에 상상 속 세상과 마주하게 된다.
나의 세계를 펼쳐주는 강한 기억은 어릴 적 어느 날 밤 목제 침대 밑에서 봤던 형형색색의 빛이다.
어둠 속에서 살아있는 듯 빛들이 피어났다가 일렁이며 사라짐을 반복했던 형상은 지금도 뚜렷하다.
알 수 없는 기억의 조각이지만 한 가지확신할 수 있는 건 그것이 꿈이었던 나의 상상이었던 누구든 마음속에 상식적으로 이해하지 못할 무언가가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다.
것을 잊어버려야 할지, 별것 아닌 일로 치부할지는 온전히 어른이 된 나의 몫이지만 다행히 나는 그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그날의 기억은 여전히 내 마음속에 머물러 있고, 그날의 빛을 작품에 담으며 지금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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