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 양벼락이야.

하이루? (^ㅡ^)/ 엘덕들아, 일본에서의 유학을 통해 그림을 배웠지만 그림이 아닌 '인생'을 배웠다고 말하는 이희정 작가님의 말 속에서 나는 한 작품을 떠올리게 되었어. 바로 '건너가는 사람'이야. 나도 이리저리 많이 건너 다녔던 사람이라서 그런지 이 제목이 사뭇 내 일처럼 다가오더라고. 그래서 마지막 질문을 던졌어.


<인터뷰를 빙자한 덕질, 덕터뷰> 이희정 마지막 편

나는

건너가는 사람이다.

더 나은 나를 향하여

💬 엘덕후: 건너가는 사람 작품의 작업노트에서 “나는 항상 이곳에서 저곳으로 건너가고 싶었다”라고 적어주셨는데, 일본 유학을 가신다거나 제주로 이주하신 것처럼 역마살 같은 것이 있다는 의미인지 아니면 늘 새로운 시도를 즐기시기 때문에 '건너가는 사람'이라는 주제가 나타난건지 궁금해요.


🔴 이희정: 최승자 시인의 ‘내 청춘의 영원한’ 이라는 시가 있어요. 


" 이것이 아닌 다른 것을 갖고 싶다.

여기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

괴로움 외로움 그리움

내 청춘의 트라이 앵글 "


이런 시인데요. 제주도에 살면서 내 안에 어려움이 있었어요. 나는 평생 미술 강사로만 사는 것인가 하고요. 화가로 살고 싶은데 멈춰있는 것만 같은 시간이 있었지요. 그리고 제주에 이주한지 20년이 지나 강사 일을 하고 수업을 하러 학교에 다녀도 제주도에 여행 오셨냐는 소리를 듣기도 했어요. 제주도는 지역 색이 강한 편입니다.


💬 엘덕후: 그럼 새로운 곳에서 적응하지 못하거나 여전히 외지인인 본인의 모습을 보며 나는 제주를 건너가는 중이다 라고 느끼신건가요?

 

🔴 이희정:  음.. 돌이켜보면 지금의 나보다 더 나은 나, 아직 도달하지 못한 나를 향해 계속 나아가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가고 싶다’는 마음은 어쩌면 현재의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는 의미였는지도 모르지요. 다른 곳으로 건너가면 자유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으니까요. 그러던 어느 순간, 인스타그램을 통해 꾸준히 그림과 글을 소개하기 시작했어요. 제 작업은 세상과 나누는 시간이 쌓였고, 그 과정에서 갤러리로부터 연락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새로운 기회의 시작이었지요. 현재 ‘이곳에서 저곳으로’ 건너가고 있는 중입니다.



나는 항상

건너가는 사람이다.

인터뷰를 작성하다보니 마음 한구석이 아주 조용하고 묵직하게 가라앉는 기분이 들어. 삶의 고독을 회피하지 않고 온전히 마주해 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깊은 담담함이 글 곳곳에 묻어나거든. 혹시 지금 일상이 조금 버겁거나, 내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 불안한 마음이 든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희정 작가의 작품을 권하고 싶어.


이희정 작가의 캔버스에는 짙은 안개 속 숲, 그리고 그 앞을 묵묵히 이끄는 사슴과 그 뒤를 따라 걸어가는 사람이 등장해. 작가는 어린 시절 혼자 보냈던 고독의 시간, 삶의 경계선에 섰던 순간들, 그리고 제주라는 한적한 섬에서 마주한 자연을 통해 ‘삶은 통제할 수 없지만, 보이지 않는 길을 믿고 나아가는 것’임을 배웠기 때문이지. 그림 속 몽환적인 안개는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불확실함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닮아 있어. 하지만 그 안개 너머로 사슴이 앞장서고 있지. 작가에게 사슴은 눈을 맞추며 느꼈던 깊은 교감이자, 우리가 길을 잃지 않도록 인도하는 어떤 거룩한 존재야. 선명한 지도는 없어도, 앞이 잘 보이지 않아도 “괜찮다, 두려워하지 말고 한 걸음씩 나아가라”고 나지막이 건네는 구원의 메시지인 셈이지. 특히 작가는 작품의 발색과 보존성을 위해 이탈리아 카라바조 캔버스에 렘브란트 물감을 아낌없이 사용하며, 한 점 한 점 진심을 다해 화면을 채워나가. 컬렉터의 가치를 귀하게 여기는 그 정직한 작업 태도까지 그림에 그대로 스며 있어서일까, 작품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이상하리만치 마음에 깊은 평안이 찾아와.삶의 안개 속에서 방향을 찾고 싶을 때, 혹은 나만의 속도로 묵묵히 걸어갈 용기가 필요할 때 이희정 작가의 숲으로 들어가 보는 건 어떨까? 그의 작품은 단순한 그림 한 점을 넘어, 당신의 공간에 ‘두려움을 넘어서는 따뜻한 믿음과 평안’을 가만히 놓아줄 테니까.

이희정의 작가노트 - 건너가는 사람

나는 항상 이곳에서 저곳으로 건너가고 싶었다.


모르는 곳, 

해석되지 않는 곳, 

설명되지 않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알고 싶어서 건너가고 싶었다. 

멈춰 서서 죽음을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건너가고 나면 자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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