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 양벼락이야.
하이루? (^ㅡ^)/ 엘덕들아, 원화를 시작하고 완전히 처음으로 돌아간 것 같다는 히최애의 지난 이야기 어땠니? 그림이라는 큰 테두리 안이긴 하지만 디지털화와 원화는 물성 자체가 다르다 보니 새로운 길을 걷는 최애의 설렘과 낯섦이 내게도 전해지는 듯해. 그렇지만 완전히 새로운 길을 걷는다기 보다는 원래 키우고 있던 나무에서 새로운 가지가 뻗어나간다고 생각하는 히최애의 마음가짐이 참 성숙하다는 생각도 들어.
히최애는 혼자서 고민하며 완벽을 기하기 보다 현재까지의 결과를 세상에 내보이고 피드백을 받아서 수정과 디벨롭을 거치는 린 스타트업(Lean Startup) 형식을 좋아하는 듯해(나도 그래!) 그리고 히최애의 그림 속 작은 디테일들 역시 린 스타트업이 하는 방식으로 잡아왔더라고. 궁금해 안궁금해!?
<인터뷰를 빙자한 덕질, 덕터뷰> 히조 4편
나는 린 스타트업처럼
그림을 디벨롭한다.
규칙적인 루틴과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서 만난 '사랑'
💬 엘덕후: 작가님, 처음에 무던한 그림을 그리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자연'이라는 주제를 찾았다고 하셨잖아요. 그럼 자연 속에 연인이 많이 등장하게 된 것은 언제부터인가요?
🔴 히최애: 연인은 처음부터 나오긴 했어요. 하지만 처음에는 사실 사람이 자연에 묻어가는 느낌으로 인물이 등장했는데요, 일러스트레이션이긴 하지만 너무 캐릭터 스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조금 더 서정적으로 보였으면 좋겠어서 눈코입을 안 그렸죠. 그러면서 그림 속에서 사람들이 서사를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연인이 상호작용하는 듯한 그림을 업로드한 그 날, 사람들의 반응이 폭발적이었대!
🔴 히최애: 사람이 혼자 외롭게 있는 것보다 조금 더 연인에 힘을 실어서 그리기 시작했는데, 연인이 있는 그림이 많아지다보니 일러스트 에세이를 출판도 할 수 있었어요. 그 전에는 자연을 그리고 연인이 자연 안에 있긴 했지만 그림 안에 어떤 메세지를 담을지는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았거든요. 근데 그 때 딱 '사랑'이라는 글자가 저한테 온 것 같아요. 제가 그리는 '사랑'은 연인의 사랑도 있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과 세상 자체를 바라보는 어떤 사랑도 포함해요.
💬 엘덕후: 아, 작가님께서 늘 그림 그리기 전에 글을 쓰시고 아이디어를 얻는 루틴이 있었는데 그 루틴이 출간의 바탕이 되었겠네요. 정말 모든 것들이 준비가 있어야 잘 된다는 말이 맞네요!
그림 속에 등장한 요정과 풍부해진 서사
💬 엘덕후: 어느 팬 분께서 이런 질문을 해주셨어요. '그림에서 정말 많은 위로와 희망 같은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림마다 '천사'가 나오는데 어떤 의미가 있나요?' 라고 물어봐주셨어요. 요정같이 생기기도 했는데, 천사인가요, 요정인가요?
🔴 히최애: 질문 주신 것처럼 천사가 맞아요! 어떤 분들께서 요정이라고 말씀도 해주시는데 '천사'가 너무 종교적으로 느껴질까 봐 저도 요정이라고 표현을 하긴 해요. 그 천사가 나오게 된 이유는... 평소에 자연과 연인이 나오는 그림을 그리면서 연인의 감정을 표현하거나, 계절과 시간의 변화를 표현하는 것까지는 갈 수 있는데 그 안에서 디테일이 좀 부족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왔어요. 저는 그림이 단순히 예쁘기 보다는 그 안에서 스토리가 읽혔으면 좋겠거든요. 그래서 연초부터 그림에 변화가 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감성의 표현을 잘 하는 최애는 한 번 더 디벨롭 해서 그림을 볼 때 관람자로 하여금 각자가 자연스럽게 상상할 수 있는 '서사'가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대.
🔴 히최애: 그런데 어느 날 친구들과 카페에서 이야기를 하는데 저희 뒷자리에 앉으신 세 분들의 대화가 갑자기 귀에 들어왔는데 거기서 어떤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그래서 친구들과 "이거 아이디어 좋다!?"하며 잠시 이야기를 한 뒤 뒷자리를 딱 봤는데 사라지고 없는 거에요. 농담처럼 '천사가 와서 나 도와준 거 아냐?' 하고 장난치듯 말했죠. 그 후로 연인이 우연히 마주치는 찰나의 순간에 요정들이 남녀의 옷깃을 끌어당기면서 다시 만나게 해주려 하는 그림을 그렸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그 후로 그림 안에 이야기가 생기는 것 같아서 그림이 다시 재밌어지는 거에요.
💬 엘덕후: 그렇네요, 연인만 있을 때는 둘이 데이트 하나보다 정도의 서사가 있었다면 요정이 나타나면서 두 사람 사이에 만나야만 하는 이유가 생겼나보다 하면서 그 스토리를 상상하게 되네요!
🔴 히최애: 네, 그 후로 제가 세상을 볼 때도 감사의 마음이 많이 올라왔어요. 일상 곳곳에서 생기는 작은 행운들을 '우연'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제 그림처럼 요정들이 도와줘서 생긴 일 아닐까? 라고 생각하니 감사함이 생기더라고요. 내 일상에 있었을지 모를 요정들을 생각하며 저도 제 인생의 스토리를 더 풍성하게 쓰는 기분이에요.
요정이 그림 안에서는 서사를 만드는 도구적인 측면도 있지만, 그 그림을 히최애의 마음 속에서도 일상에 일어나는 작은 감사를 만나게 해주는 소중한 매개가 되는 것 같아. 그 그림을 감상하는 엘덕이들에게도 그러하겠지?
히조의 작가노트 - 빛의 숨결
숲은 끊임없이 숨을 쉬고,
빛은 그 숨결을 따라 흐른다.
우리는 빛을 머금은 물길을 사이에 두고 마주 선다.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힘은
물과 숲을 지나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서로 다른 존재들은
그 흐름 속에서 하나의 풍경이 된다.
모든 존재는
하나의 호흡으로 연결되어 있다.
배경 작품정보
기억하다_과자이야기: 엄마의 건빵은 신혼이었다, 45x45cm, oil on canvas, 2023
More Intervi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