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 양벼락이야.
하이루? (^ㅡ^)/ 엘덕들아, <시각 기억을 통한 감성적 서술로서의 표현 연구>라는 논문명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한 서최애는 대기업 홈쇼핑 MD로 일하게 돼. 대기업이 주는 안정감, 실용적인 미술의 영역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이내 본질적인 회의감을 느껴 퇴사를 하지. 어떤 일을 하게 되든 미술계로 돌아가겠다는 마음을 먹고, 끝끝내 갤러리스트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된 서최애는 갤러리 대표님의 제안으로 단체전에 참여하면서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돌아오게 돼.
의도한 것인지, 무의식인지 알 수 없지만 최애는 본인 그 자체가 그림이 되기를 원하게 돼. 본인의 시각 기억을 감성적으로 서술하려고 하지, 논문의 주체처럼 말야. 그러면서 지속적으로 이런 질문을 던져. "그림이 나다운가?"
<인터뷰를 빙자한 덕질, 덕터뷰> 서선경 3편
추상화로 그린
서선경의 초상화
갤러리스트에서 개인전까지, 인연의 소중함
🔴 서최애: 갤러리스트로 일할 때 관장님께서 단체전에 출품해보라고 제안해주셔서 그림을 다시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 당시 관장님께서는 이런 말씀을 많이 하셨죠. "넌 좀 놀아야돼." 제가 약간 좀 경직되고, 어떻게 보면 너무 FM 같았던 거죠. (그림 속에서 나 자신을) 흐트러지게,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하고 내 틀을 못 벗어난 느낌이 있으셨던 것 같아요.
갤러리스트로서 전체 실무를 담당한 경험이 있다 보니 작품 거는 법, 포장하는 법, 기획하고 판매하는 법 모두 익숙했던 서최애는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해. "그림은 내가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유명한 수학 선생님, 정성제 선생님께서 그랬지? 정말 잘 하는 사람을 보면서 "내가 더 잘할 것 같은데...?" 싶은 영역이 자기가 특출난 부분이라고!
🔴 서최애: 그러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게 되면서 갤러리와 먼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어요. 일을 그만두게 되었지요. 그렇게 전업주부로서 육아에 전념하고 있었지만 관장님께서 단체전 때마다 작품을 출품할 기회를 주시더니, 개인전까지 제안을 해주신 거에요.
내 느낌이 나는 그림
그림을 다시 그리게 된 서최애는 이번에도 조형성에 많은 심혈을 기울이기 시작했어. 석사 과정 때 '나다움'과 '조형성'을 만들어가며 그렸던 드로잉을 회화로 옮겨보려고 노력도 했지. 반대로 정확한 사물의 형태를 그려보기도 했대.
🔴 서최애: 파울 클레의 그림을 보면 선이 인위적이지 않고 그 사람의 특징이 드러나는데 저도 그렇게 하고 싶었나봐요. 그런데 제가 무언가를 그려야지! 마음 먹고 나의 의지가 반영된 그림들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흑백으로는 괜찮았던 드로잉이 회화가 되면서 색이 들어가고 하다보니까 시각적으로 임팩트도 적어지고, 화면 안에서 면과 색, 선의 조형적인 관계에서 문제가 생겼어요.
동그라미 하나를 그리더라도 내 느낌이 나는 조형적인 동그라미를 그리고 싶었다는 최애. 예전에 갤러리 관장님께서 '넌 좀 놀아야돼'라고 말했던 것처럼 캔버스 안에서 FM적인 자신의 모습을 버리고 자유롭게 그려나가기 시작해.
🔴 서최애: 그렇게 제 그림은 "무엇을 그리든 내 손을 통해서 아웃풋이 나왔을 때 그게 조형적으로 조화로우면서도 나다운 느낌을 담는 것"을 지향하게 되었어요. 특정한 사물이나 메시지를 생각하면 자꾸 언어에 갇히게 되더라구요. 언어로 말할 수 없는, 언어와 언어 사이에 있는 그 특징을 그림으로 시각화 하려고 노력했죠.
사람을 추상화로 그린다면?
컵이면 컵, 의자면 의자. 우리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언어적인 이미지를 그리는 것이 본인과 맞지 않는다는 서최애는 언어로 표현하기 힘들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감성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한다는 생각이 들었어. 최애에게 저장되어 있는 시각기억의 색, 최애가 느끼는 감성의 결을 그리다보니 흐릿하지만 존재하고, 존재하지만 모호한 경계를 갖게 되는 것 같았지.
🔴 서최애: Lullaby(자장가)라는 작품도 애들 재울 때 자장가를 틀었던 그 순간의 기억을 시각적으로 그려본 거에요. 어차피 레이어를 쌓을 거니까 아무거나 막 그리기 시작하죠. 오일파스텔로도 그리고, 아무거나 칠하고요. 그렇게 계속 레이어를 쌓다보면 이 그림이 나를 표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돼요. 이 인간 사회에서 나라는 사람을 그림으로 그린다면 이런 모습일 것이다, 하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 오는거죠.
우리 서최애의 작품을 처음 보았을 때는 꽃을 추상화 했나보다, 물보라를 추상화 했나보다 하면서 보았던 기억이 나. 작업노트를 읽었을 때도 무언가 전달하려고 한다는 생각을 했지. 그런데 최애는 어떤 사물을 추상화 한 것도, 무언가를 전달하려고 하는 것도 아니었나봐. 덕터뷰를 진행할수록, 최애의 작품은 자신의 초상화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추상적인 초상화. 사람은 몇 개의 단어와 경계, 선과 색깔로 정의될 수 없다는 것을 최애는 그림에 올옮기고 있는 건 아닐까?
서선경의 작가노트
나의 작업은 화면 앞에서 떠오르는 감각이나, 즉흥적인 색과 움직임에서 시작된다.
때로는 사소한 풍경이나 어떤 장면이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그 역시 재현이라기보다 나의 감각을 스치며 변형되는 흐름에 가깝다.
나는 전체에서 분리되어 나온 하나의 의식으로서,
그 속성을 지닌 채 세계를 통과하며 발생하는 미세한 변화와 결을 따라간다.
이 과정은 결국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과 맞닿아 있다.
그 과정에서 형태와 색은 고정된 의미를 벗어나
흩어지고 다시 모이며 하나의 조형적 구조를 이룬다.
작업 속에 나타나는 형상들은 꽃이나 자연의 일부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특정 대상을 재현하기보다 감각이 스스로를 드러내는 과정에서 잠시 머무는 이미지에 가깝다.
이 구조는 외부의 풍경이라기보다,
분리된 자아가 만들어내는 하나의 고유한 우주이며,
동시에 전체의 성질을 여전히 품고 있는 상태로 존재한다.
나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개별적인 감각을 드러내는 동시에,
그 안에 스며 있는 보다 넓은 의식의 흐름을 함께 드러내고자 한다.
작업은 존재를 설명하기보다,
그것이 감각되는 순간을 따라가는 일에 가깝다.
나는 그것을 감응의 결로 남기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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