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 양벼락이야.

나 되게 오랜만에 와버렸구나? 바쁠 것도 안 바쁠 것도 없이 설렁설렁 지냈는데 벌써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러버렸네. 나 사실 저번 주부터 토요일에 새로운 아이돌봄 선생님이 오시게 되었거든. 그래서 마사지도 다녀오고 운동도 두 시간씩 하고 집밥도 해먹고 덕업일치까지 쓰는, 극도로 사치스러운 토요일들을 보내는 것 같아. Shout out to New 돌봄쌤!


오늘은 돌봄쌤의 은혜로 말미암아 '아트프린트', '아트포스터', '에디션' 혹은 '디지털 판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 그동안 너무 사적이었던 것 같아서 오늘은 예술적인 것을 가져와서 '사적인 듯 예술적인, 덕업일치'라는 이름에 균형을 맞춰 볼거야. 물론 이 영역에 대해서 쓰게 된 것은 이 영역이 예술이 아니라고 여기는 자들이 많아서야. 엘디프를 창업한 이후로 우리는 우리 작가님들의 에디션들을 하대하는(!) 사람들을 적잖이 만나다 보니 본의 아니게 해탈하여 이제는 이 주제에 대해 감정을 빼고 논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해.


우리 엘디프의 대표 상품인 '아트프린트', '아트포스터', '에디션' 혹은 '디지털 판화'를 여기서는 '아트프린트'이라고 부를게! 그리고 그 아트프린트는 종이 혹은 캔버스에 인쇄된 프린트, 혹은 그 프린트가 표구된 액자나 왁구를 통칭하는 것으로 하자. 단, 아티스트와 정식으로 저작권 계약을 맺고 제작되는 것만 아트프린트라고 부를게. 왜냐면 원화라는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판본이라는 뜻을 강조하기 위해서야.


우리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말로는 독자가 암암리에 늘고 있다고 하는데, 다들 어디 있니? 충청남도 암암리?

야망에 찌든 나이지만 사실 독자가 많아지는 걸 기대해 본 적이 없는, 너무도 개인적인 취미로 시작한 나의 덕업일치, 오늘도 시작해볼게!


사적인 듯 예술적인, 덕업일치 - Issue No.7

네, 프린트 맞아요!

유독 짝퉁 취급 받는 '아트프린트'

뭐,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어. 원화와 아트프린트가 함께 있으면 프린트는 그냥 원화의 복제품(더 자주 듣는 저속한 유사어로는 '카피'가 있다)이라고 볼 수 있지. 실제로 원화를 복제하여 제작하는 게 맞으니까. 실크스크린이나 석판화 같은 '판화'의 영역은 원화와는 별도의 수작업을 통해 탄생하기 때문에 설령 원화를 복제한 것이라고 해도 예술의 다른 영역으로 인정받지만, 아직 아트프린트는 원화를 사진으로 찍고 그 사진을 인쇄한다 정도의 개념으로만 받아들여 지는 듯 해. 심지어 디지털 드로잉이 원화인 작품에 대해서도 프린트는 굉장히 비겁한 존재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있어. '인쇄'에 대한 천시가 깔려있다고나 할까. 우리 주변에 인쇄된 것들이 상당히 풍부해서 그런 거겠지? 책부터 시작해서 홍보물 등등이 도처에 널려있고 거의 모든 사무 공간에 프린터가 깔려있잖아. 판화가 직지심경이라면 아트프린트는 전단지 같다고들 생각하는 거 아닐까?


래서 오프라인 전시에 우리 작가님들 에디션을 들고 나가면 아주 가끔 이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계셔. "뭐야, 프린트야? 소장가치도 없는 건데 뭐 이렇게 비싸게 팔아?" 하도 듣다 보니까 이제는 우리 전시 공간을 향해 걸어오는 분의 걸음걸이만 봐도 알 수 있어. 관상은 사이언스라고들 하던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들은 어김 없이 예상된 질문을 던져주셔. 그럼 우리의 답은 정해져 있어. "네, 이거 프린트 맞아요! 저희 원화도 취급하는데 혹시라도 관심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


작품을 인쇄해서 만들어내는 여러 아트 굿즈들에 대해서 소장가치를 논하거나 카피본이라고 하지 않는데 말이야. 아트프린트는 유독 짝퉁 취급을 받아. 아트 굿즈는 원화와 기능이 확연히 다르지만 아트프린트는 '벽에 걸린 감상의 대상'이 된다는 측면에서 원화와 매우 유사한 기능을 하고 있어서 일거야. 그런데 왜 사람들은 원화가 아닌 아트프린트를 살까?

디지털 판화로서의 아트프린트

그런데 재밌는 건 뭔지 알아? 사실은 그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처음에는 이 질문을 먼저 한다는 거야. "이거 직접 그린 거에요...?" 가까이서 봐도 원화인지 아닌지 물어봐야 할만큼 퀄리티가 꽤 괜찮다는 말 아니겠어? 그런 의미에서 아트프린트는 정통 판화의 영역보다는 '디지털' 기술이 가미된 판화가 아닌가 감히 말해본다.


디지털이 들어가면 예술 취급을 좀 안 해주긴 하지. 한정판(엘디프 콜렉터즈에디션 대부분)이 아닌 비한정판 에디션(엘디프 오픈에디션)의 경우 희소성 측면에서 감점(?)을 받기도 하고 말야. 그런데 사진도 예술이고 디지털 드로잉도 예술이고 영화도, 애니메이션도 다 예술인 것처럼 아트포스터도 예술의 장르 중 하나로 봐야 한다고 생각해. 일반적으로 해외에서 들여온 포스터는 되게 멋지고 영감을 준다고 생각하잖아. 인테리어 할 때 그 해외 포스터 하나를 달게 됨으로써 균형이 딱 잡히는 쾌감도 있고 말이야. 웬지 그래픽도 외국 사람이 만들어야 더 멋진 것 같고, 포스터를 만들어도 외국 작가가 한 것이 더 가치 있어 보이지. 그 이유가 뭘까? 단순히 '외국에서 들여온 것이라서(=한국인이 사대주의에 빠져서)'라고 말할 순 없다고 봐. 우리는 문화 강국을 꿈꾸신 김구 선생님의 유지를 받들고 있는 문화민족인데 그 정도 소양을 가졌겠어?


난 이렇게 생각해. 그 외국인의 이름과 작품이 이 우리나라에 알려지기까지 그 사람이 거친 노고와 노력이 브랜드 가치를 창출했기 때문이라고. 그 브랜드 가치 안에는 예술성도 포함되어 있겠지? 자국을 넘어서 타국에서도 자신의 세계를 뻗쳐나간 자를 우리도 알아본 것이지. 그래서 그 사람의 아트프린트를 구매하는거야. 원화까지 구매할 필요도 없는 거지! 그 작품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마음은 돈으로만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그리고 디지털 판화라서 더 좋은거야. 국적을 뛰어 넘음에도 불구하고 관세도 안 붙는 프린트, 혹은 디지털 파일이라는 형태 덕분에 우리가 더 낮은 가격으로 예술을 사랑할 수 있는거지.

그 프린트가 탄생하기까지

우수한 작가 포트폴리오

그렇다면 우리 엘디프 아트프린트는 어떨까. 각설하고 우리 작가님들도 정말 대단한 분들 많다는 말부터 해야겠다. 원화 부문에서는 한국은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작품을 콜렉하는 작가님들이 많고, 일러스트 분야에서는 크고 작은 기업들의 브랜딩에 참여하는 작가님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어. 우리가 이렇게 좋은 작가님들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 말이 그냥 나온다구.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멋진 작가님들 덕에 우리가 칭찬을 대신 듣기도 해. "이 작가님 너무 좋아하는데 원화 사기는 부담스러워서 아트프린트부터 소장했어요." 우리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지.

비독점적 저작권 이용허락 계약

게다가 예술 작품의 저작권의 이용에 대한 허락을 아티스트와 엘디프가 직접 계약하고 활용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사회적 정당성을 가지고 있어. 우리 엘디프는 '저작권 사업'을 하겠다는 야망에서 시작된 IP 기업이거든. 꼼꼼한 계약서, 한 작품이 판매되어도 유효한 수익이 남을 수 있는 판매 가격 및 수익 분배 방식(a.k.a. 예술공정거래),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티스트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비독점적 계약 방식 등... 아트프린트 출시 이면에 깔려있는 수많은 고민과 시행착오, 그리고 창업철학이 엘디프의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어. 근데 뭐 이런 추상적인 것만으로 좋은 프린트가 되는 건 아니잖아? 우리 안 그래 보여도 하이엔드 되게 좋아해. 예상할 수 있는 최고의 판매가격에서 최대의 효율을 내기보다 최고로 좋은 제품을 만들려고 하는 게 우리야. 판매가격을 무한대로 높일 수는 없기 때문에 미친 스펙으로는 솔직히 못 만든다. 그래도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내에서는 최고의 것들을 써.

작가가 직접 하는 복사촬영과 지클리 프린트

첫 번째로는 복사촬영이라는 기술이 적용된다는 점인데, 어마어마한 화소의 전문 카메라로 작품을 촬영해서 언뜻 보면 작품이 가지고 있는 마띠에르까지 진짜처럼 보이는 때가 있어. 어디 그뿐일까, 전문가가 촬영본의 색감을 최대한 원화에 가깝게 만들어주는 과정이 들어가 있어. 이거는 우리가 인스타에서 띡똑땍똑 건드리는 밝기 조절, 콘트라스트 조절 이런 게 아니라규. 이건 엘디프가 아니라 작가님들께서 직접 진행해주시는 일이라 색감 검수의 완벽성은 어디 못 가. 그렇게 심혈을 기울여 원화를 복사촬영 하고 나면 그것을 인쇄하는 과정에 비로소 들어가. 인쇄는 어떻게 하느냐. 모든 회사들이 그런 건 아니겠지만 엘디프는 우리가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미술품을 복제하는 데 쓰는 '지클리 프린트'라는 것을 사용해. 피아노보다 더 길쭉한 프린터에 이따만한 잉크통이 달려 있어. 우리가 일상에서 보는 프린터는 아니지만 웬만큼 인쇄 좀 한다 하는 인쇄소에는 다 있는 그런 프린터야. 피그먼트 프린트라고도 하는데, 12개 이상의 잉크를 사용해서 발색하기 때문에 색 구현력이 아주 뛰어나. 좋은 작품+좋은 기술+좋은 프린터가 만나서 좋은 아트프린트가 나타나는거지.


더 쓰고 싶은데 너무 꼰대 같아서 여기까지만 쓰려다가 한 마디만 더... 포장에도 기술이 있더라고. 그 기술은 '꼼꼼함'이야. 아 역시 너무 많다. 여기까지만 할게!

대중미술의 시대를 기다리며

K-POP에 뮤비가 있다면 K-ART에는 아트프린트가 있다!

나는 주로 유튜브로 K-POP을 들어. 유튜브 프리미엄 결제 시작한 것도 그냥 원 없이 노래 듣고 비디오 보고싶어서야. K-POP이라는 대중음악을 저렴하게,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야. 어느 날은 듣는 것보다 보는 걸 더 하는 날도 있어. 뮤비가 너무 잘 나왔다더라 하면 그걸 한 번 보는 거지. 음악도 듣고 뮤비도 보고 그러면서 그 아티스트에 대해서 팬심을 키워가. 근데 콘서트는 웬만하면 안 가. 내게는 시간이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서 지코나 크러쉬 아니면 내 몸 안 움직여. 그렇다고 내가 블랙핑크 팬이 아닌걸까? 그렇다고 말할 순 없지.


같은 논리야. 내가 안소현 작가님을 되게 좋아해(갑자기 사심폭발!) 근데 안소현 작가님의 원화는 작은 소품 말고는 사본 적이 없어. 원화 사기에는 사실 돈이 좀 딸리거든. 그래서 안작가님 아트프린트를 두 점 갠소했고, 이번에 이사하면서 남의 집에 세들어 오느라 갖고 있는 모든 그림을 걸지 못했음에도 안소현 작가님 아트프린트는 두 개 다 걸어 놨어. 콘서트는 못 가도 뮤비를 즐기듯이, 원화는 못 걸어도 아트프린트로 감상하는거야. K-POP에 뮤비가 있다면 K-ART에는 아트프린트가 있는 거지!


그래서 아트프린트라는 것은 미술이 '대중미술'이 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디딤돌이라고 생각해. 미술을 인스타그램에서, 공공장소에 걸린 작품에서, 목적지로 가다가 잠깐 눈에 들어온 갤러리 창문 너머로 만나던 어떤 한 사람이 아트프린트라는 디딤돌을 밟음으로써 아트러버의 정체성을 갖게 되고, 결국은 '인생 원화'를 소장하는 데까지 이어지는 성덕의 길로 들어서는 과정의 중요한 단계로 존재하는 것이지. 엘디프 자체도 그 과정 속에 있는 중인 것 같아. 아트포스터에서 아트굿즈로, 원화로, 아트콜라보레이션으로 점점 반경을 넓혀가는 중이니까. 이 글을 읽는 너가 가는 길에 엘디프도 한 순간 함께해서 훗날 함께 오늘을 추억으로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

진순 - Woman with tulips

덕업일치 Issue No.7의 커버로 선보인 작품은 엘디프 아트레이블L 소속 진순 작가의 <Woman with tulips>이다. 어느 날 진순 작가로부터 온 포트폴리오는 새로웠다. 많은 작품들에 여성과 꽃이 있었는데, 흔히들 생각해 낼 수 있는 부드러움이 담겨있기 보다 강한 대비와 굵은 선이 인상적이었다. 그 중에서도 <Woman with tulips>는 '어 이건 잘 될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들긴 했으나 '이렇게까지 잘 팔릴 일인가?'싶을 정도로 엘디프의 대표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인 작품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원화가 디지털 드로잉이다. 그러나 이 작품 아트프린트를 구매하셨던 엄청나게 많은 콜렉터분들 중 그 누구도 "이거 프린트잖아요?"라든지 "원화가 아니고 그냥 아이패드로 그린거네요"라고 리뷰한 적이 없다. 색감이 너무 좋다, 존재감 있다, 복이 들어올 것 같다 등등... 작품이 건네는 다양한 인상을 선입견이나 고정관념으로 필터링 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순수의 능력을 가진 분들이다. 게다가 진순 작가님께서 엘디프에게 보내는 신뢰는 또 얼마나 깊고 단단한지. 미국에 있어 한 번도 뵙지 못하였지만 작품과 작가가 가지고 있는 단단한 심지, 좋은 아트프린트를 만들려고 하는 엘디프의 노력, 그리고 그 모든 진심을 알아보는 콜렉터들의 조합. 이 작품이야말로 내가 이번 덕업일치에서 말하고자 하는 그 '아트프린트'인 것이다. 


작가 노트 - Woman with tulips,  50x60cm, 2020

저는 어릴적부터 지금까지 그림그리는것만큼은 너무 좋아했습니다. 동양화 작가로서 활동했고 디자이너로 일했지만 그리는 일은 단 한번도 놓은적이 없습니다. 아마 평생 이렇게 어떠한 이름으로든지 그리면서 살아 갈것 같습니다. 계속적으로 제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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